佛?샴페인생산자협회 "수출 중단" 반발
"크림반도 와인산업 육성책 일환" 해석
프랑스 유명 샴페인.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와 프랑스 간 '샴페인 전쟁'이 벌어졌다. 러시아가 자국산 발포성 와인에만 '샴페인'이라는 용어를 쓰도록 하는 법을 제정하자, 종주국인 프랑스 샴페인 생산업자들이 발끈하고 나선 것이다. 당장 대(對)러시아 수출 중단까지 거론하는 등 거센 항의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5일(현지시간)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유럽 등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외국산 발포성 와인을 '샴페인'(러시아어로 샴판스코예)이라고 할 수 없도록 하는 취지의 법안에 이달 2일 서명했다. 자국산을 제외하고는 모두 발포성 와인을 포괄하는 용어인 '스파클링 와인'으로 분류하도록 했다는 얘기다. 샴페인에서 명칭이 유래된 샴판스코예는 옛 소련 시절 노동자들에게 값싼 발포성 와인을 공급하기 위해 러시아에서 생산이 시작됐다.
샴페인의 원조 격인 프랑스 업계는 즉각 반발했다. 샴페인생산자협회는 프랑스와 유럽 외교가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뒤, 회원사들을 상대로도 '러시아에 대한 수출을 일시 중단하라'고 요청했다. 협회 공동대표인 막심 투바르와 장마리 바릴레르는 "샴페인이란 이름을 사용할 권리를 박탈당하는 것은 모욕적인 일"이라며 "샴페인은 120개국 이상에서 보호받고 있는 명칭으로, 우리의 공통 유산"이라고 강조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대변인도 "우리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며 협회 주장에 힘을 실었다.
샴페인은 프랑스 지역명 '샹파뉴'의 영어식 발음으로, 원래 이 지역에서 생산된 발포성 와인을 뜻하는 말이었다. 현재는 프랑스 원산지명칭통제법(AOC)에 따라 해당 지역에서 생산된 와인 중에서도 '샴페인' 라벨을 붙일 수 있는 상품을 까다로운 기준으로 관리하고 있다. '샴페인의 원조'라는 강한 자부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러시아의 이번 조치는 자국 산업 육성 정책의 일환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법 시행을 알리면서 러시아의 발포성 와인 산업에 대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점에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제사회 반발을 무릅쓰고 2014년 우크라이나로부터 합병한 크림반도에서 와인 산업을 살려 보려는 의도가 크다는 분석이 많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푸틴의 이번 행보는 최측근인 억만장자 유리 코발추크에게 보내는 인사"라고 꼬집었다. 코발추크는 크림반도에 대규모 와인 양조장을 소유한 사업가다. 러시아는 매년 약 5,000만ℓ의 발포성 와인을 수입하는데, 프랑스 샴페인이 그중 13%를 차지한다.
폴리티코유럽은 "최근 EU가 프랑스와 독일, 러시아의 정상회담 제안을 거절하고 오히려 엄격한 경제 제재 부과를 논의한 시점에 나온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이번 입법이 EU와의 양자 관계에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점을 시사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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