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에 120억 투자 손실 사건 관련
김씨, 지난해 대학 측 교수 부탁 받고
대학 전 이사장-부장검사 골프 모임 주선
"김씨 선물 받고 골프했지만 청탁 안 해"
경찰이 100억 원대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된 '가짜 수산업자' 김모(43)씨가 서울의 유명 사립대 이사장 관련 사건을 무마하는 데 개입한 단서를 잡고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김씨가 이사장 측에 연결해준 현직 부장검사의 직무관련성 여부를 따져보며 뇌물죄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김씨가 구축한 법조계 인맥이 수사무마 청탁에 동원됐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큰 파장이 예상된다.
6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는 지난해 8월 사립대 전 이사장 A씨 및 B부장검사와의 골프 회동을 주선했다. 수도권 한 골프장에서 진행된 라운딩은 이 대학 C교수가 김씨에게 요청해 마련됐으며, 언론사 간부도 함께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골프를 마칠 때까지 일행을 기다렸던 김씨는 서울의 한 식당으로 이들을 데려가 식사를 함께 했고, B부장검사를 자택까지 태워다준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 측은 이날 모임과 관련된 기록과 사진을 휴대폰 등에 보관했다.
A씨 일행은 골프 모임에서 A씨 딸이자 대학 이사장인 D씨가 2020년 1월 임의로 대학 자산 120억 원을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한 것과 관련해 B부장검사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옵티머스 펀드는 골프 모임 두달 전인 지난해 6월 환매중단이 결정돼 대학에서 투자한 120억 원을 모두 날릴 위기에 처했다. 실제 교육부는 같은 해 11월 D씨 등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대학 관계자는 "옵티머스 펀드 환매중단 사태 직후 A씨가 투자 손실이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알고 주변에 물어보기도 했다"고 전했다.
C교수가 김씨에게 현직 검사를 연결해 줄 것을 부탁하자, 김씨는 당시 포항지청의 B부장검사를 소개했다. B부장검사는 현재 김씨에게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김씨 소개로 일면식도 없는 이들과 모임을 한 B부장검사는 같은 해 8월 말 서울남부지검에서 금융수사를 전담하는 부장검사로 발령났다. 금융감독원은 당시 옵티머스 펀드 환매중단 사태와 관련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날 골프 모임 참석자들은 모두 경찰이 확보한 김씨의 로비 의혹 대상자 명단에 포함돼 있다. 경찰은 최근 A씨와 C교수를 불러 골프 모임을 하게 된 경위를 조사했으며, B부장검사도 조만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A씨 측은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김씨가 명절 때 선물을 보내오고 종종 골프를 함께 치기도 했지만, (지난해 8월에) 옵티머스 투자와 관련해 A씨가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섰다는 것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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