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기사당 싱크탱크 소속, 약 50년간 첩보 활동
2010년 中에 포섭... 獨 기밀 정보 넘겨 온 혐의
독일 정보기관 첩보원으로 수십년간 일했던 원로 정치학자가 최근 10년간 중국의 이중 스파이로 활동한 혐의로 기소됐다.
6일(현지시간) 독일 공영 도이체벨레(DW)에 따르면, 독일 연방검찰은 최근 중국 정보 당국자를 만나러 아내와 함께 마카오로 출국하려던 정치학자 ‘클라우스 L’(가명·75)을 긴급 체포하고, 자택을 수색해 컴퓨터와 플래시 드라이브 등을 압수했다. ‘클라우스 L’은 2010년 중국 상하이 퉁지대에 강연을 하러 갔다가 중국 정보기관에 포섭됐다. 이때부터 2019년 11월까지, 거의 10년에 걸쳐 정기적으로 금품과 해외 여행 경비 등을 지원받으며 독일의 기밀정보를 중국에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독일 공영방송 ARD는 클라우스에 대해 “독일 해외정보기관인 연방정보국(BND)에 소속돼 약 50년간 첩보원으로 활동했던 인물”이라고 전했다. 최근까지도 수년 동안 뮌헨 인근 풀라흐에 위치한 BND 본부를 드나들며 고위급과 소통해 왔다고 한다. 클라우스는 중국 정보요원 접근을 받았을 때 곧바로 BND에 알렸지만, 오히려 “중국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봐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검찰 수사에서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1년엔 싱크탱크 초국가연구소를 설립해 운영했는데, 이 연구소 자체가 정보기관의 일선 위장조직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클라우스가 독일 정치권과 교류를 맺었다고 볼 정황도 있다. 뮌헨에 본부를 둔 정치 싱크탱크 한스자이델재단 고위직을 1980년대부터 2001년까지 맡았는데, 이곳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기독민주당(CDU)과 연립정부를 꾸린 기독사회당(CSU)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단체다. 한국에 지부를 둔 재단이기도 하다. 클라우스는 재단 근무 시절, 러시아와 발칸반도, 남아프리카, 남아시아 등을 수시로 방문하여 강연 활동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단 대변인은 “클라우스는 퇴직 이후 재단과 전혀 접촉하지 않았다”며 “정보 활동을 위한 위법 행위는 절대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혔다.
독일 사회도 이 사건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DW는 “중국이 정치, 문화, 경제,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재 포섭에 나서고 있다”며 “전문직 은퇴자들은 영향력 유지 욕구가 크기 때문에 이런 유혹에 취약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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