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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여가부 폐지 공약, 젠더 갈등 이용해 표 얻으려 하나

입력
2021.07.08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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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운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유승민(위) 전 의원과 하태경 의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운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유승민(위) 전 의원과 하태경 의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의 파장이 크다. 유승민 전 의원은 6일 여가부를 없애고 그 예산으로 군복무자를 지원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하태경 의원도 “여가부가 젠더갈등조장부가 됐다”며 폐지를 약속했다. 이준석 대표는 “여가부 폐지 공약을 제대로 냈으면 좋겠다”며 힘을 실었다. 이 대표 당선이 여성 혐오를 이용한 2030 남자의 지지 덕분이었다는 점에서 이런 퇴행은 예상됐지만 표를 위해 성평등 가치를 저버리는 정치 행태에 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7일 “성별 혐오에 편승한 포퓰리즘적 발상”이라며 “여가부 폐지에 반대한다”고 못 박았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는 “국가 성평등 정책을 폐지하자는 주장과 다르지 않다”며 “차라리 ‘젠더갈등의 힘’으로 당명을 변경하라”고 비꼬았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조수진 의원 등이 폐지 반대의 뜻을 밝혔다.

유 전 의원과 하 의원은 여가부 업무를 다른 부처에 귀속시키고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주장하지만 예산 없이는 업무와 동력이 사라질 게 뻔하다. 여가부가 성평등 정책 외에도 돌봄, 위기 청소년, 다문화가정 등의 지원 업무를 하고 있는 것을 숙고했는지도 의문이다. 여당의 비판처럼 2030 남성 표를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 하 의원은 근거 없이 여가부를 갈등의 원인으로 몰았고, 유 전 의원은 성별 예산 싸움 구도를 조성해 갈등을 키울 소지가 크다.

프랑스 독일 뉴질랜드 등 선진국들도 성평등을 전담하는 독립 부처나 우리나라와 같은 형태의 여가부를 두고 있다. 이 나라들이 성평등 수준이 낮아서 그런 것은 아닐 터이다. 성차별이 문제가 아니라 여가부가 문제라는 야당 대선 주자의 인식은 낯부끄러운 일이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서 선진국으로 분류한 한국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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