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사의 전해…靑 '윤석열 사퇴' 부담에 만류
'포르쉐 렌트비' 3월 초 전달…수산업자 3월 말 체포
7일 청와대에 공식적으로 사의를 표명한 박영수 특별검사가 올해 3월에도 사의를 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는 박 특검에게 포르쉐 차량을 제공한 '가짜 수산업자' 김모(43)씨의 100억 원대 사기 혐의에 대한 경찰 수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이 때문에 경찰 안팎에선 박 특검이 경찰 수사 가능성에 부담을 느끼고 거취를 정리하려 한 게 아니었냐는 해석이 나온다.
7일 정치권과 박 특검 측 얘기를 종합하면 박 특검은 올해 3월 청와대에 물러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그는 4년 이상 특검직을 유지해 온 데 따른 현실적 고충을 토로했다고 한다. 고검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특검팀 활동이 너무 길어졌고, 보좌해온 특검보도 대부분 빠져나간 상황이라 박 특검이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지난해에도 수차례 물러나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그러나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와 공소유지를 담당해 온 박 특검이 관련 재판이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물러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사의를 반려했다. 여권 관계자는 "청와대가 국정농단 특검팀의 주역이었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퇴한 상황에 박 특검까지 물러나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가짜 수산업자 김씨로부터 '포르쉐 파나메라4' 차량을 제공받은 것을 경찰이 파악하자, 박 특검이 이를 의식해 사의 표명을 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경찰은 박 특검이 사의를 밝히기 한 달 전인 2월 초 이미 김모씨의 사기 혐의에 대한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3월 말 김씨를 체포하기에 앞서 김씨 측 관계자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박 특검에게 수산물과 포르쉐 차량이 제공된 정황이 담긴 증거를 확보했다.
포르쉐 차량 제공은 지난해 12월 중순 이뤄졌지만, 박 특검 측이 렌트비 250만원을 김씨에게 전달했다는 시점은 올해 3월 초다. 고검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보통 영장을 청구하기 한 달 전부터는 수사 분위기가 감지된다"며 "김씨가 3월 말 구속됐기 때문에 3월 초엔 박 특검도 이를 짐작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정기관 관계자들도 박 특검이 3월 사의를 밝힌 배경이 김씨 수사와 무관치 않을 수 있다는 반응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출신의 정부 고위 관계자는 "박 특검과 같은 유력 인사 관련 첩보를 인지했다면 경찰이 내사 단계에서도 청와대에 보고를 했을 것"이라며 "다만 당시엔 크게 문제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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