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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주의로 포장된 이준석의 젠더인식

입력
2021.07.09 00:00
수정
2021.07.09 09:4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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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뉴스1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뉴스1


이준석이 국민의힘 대표가 됐다. 유례없는 젊은 당대표의 등장으로 정치권은 술렁인다. 세간의 평가는 일단 합격점이다. SBS 여론조사에서 이준석은 국민의힘 지지율보다 훨씬 높은 긍정 64.8%의 평가를 받았다. 민주당 지지자도 긍정 평가가 꽤 있다는 얘기다. 기성정치에 대한 실망과 세대교체에 대한 열망이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과연 이준석은 이러한 기대에 얼마나 부응할 수 있을까?

당대표가 되고 이준석은 탈권위주의 행보를 이어간다. 의전 서열이 자신보다 낮은경찰청장에게 90도 인사하기나 백팩 차림과 자전거 출근 등은 대체로 반응이 좋았다. 전통적으로 진보당보다 권위적인 보수당 대표의 이런 파격적 행보는 꼰대질과 갑질 같은 권위주의 해소에 기여한다. 하지만 탈권위주의 자체가 정치적 성과는 아니다. 권위주의에서 벗어난다고 양극화, 청년실업, 집값폭등, 저출생, 젠더갈등 등이 해소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정치인 이준석이 사회 현실에 접근하는 원리는 '절차적 공정이 보장되는 능력주의'이다. 대변인을 뽑는 토론 배틀 이벤트에서 보여주듯 누구나 참여해서 실력으로 경쟁한 결과로 사회적 자원을 배분한다는 것이다. 정책 기조는 시장 자율과 작은 정부, 개인의 무한 경쟁과 복지 축소 및 감세로 수렴된다. 이 새로울 것 없는 보수적 경제정책의 레퍼토리로 신자유주의 가속화의 결과로 나타난 만성적인 사회문제가 개선될 것 같진 않다. 이준석의 공정은 절차 이전에 존재하는 구조적 불평등에 대한 고려가 없고, 따라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정책적 보완도 없다. 이준석의 능력주의 역시 평등한 경쟁을 역설하지만 어떤 능력이 경쟁의 대상이 돼야 하는지 공동체의 미래에 대해 아무런 가치도 제시하지 못한다.

젠더갈등을 대하는 방식도 다르지 않다. 그는 여성이 "기회 불평등의 결과 약자가 된 것인지 경쟁의 결과 약자가 된 것인지 구별해야 된다"고 강변한다. 이 주장의 기저는 여성의 약자성이 공정한 경쟁의 결과라는 사태 인식이다. 그러니 여성할당제는 잘못된 정책이며 남성 역차별이 된다. 여성가족부 폐지 주장도 동일한 논리적 연장선에 있다. 평등한 경쟁의 결과를 기회불평등의 결과로 전제해서 생긴 여가부는 여성에 대한 과잉보호라는 것이다.

지금의 한국 사회를 여성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필요없는 성평등사회로 보는 현실 인식이 가당하기나 한가. 상관의 추행으로 삶을 포기한 여중사 사건의 조사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장성의 부하 성추행 사건이 터져 나오는 것이 현실 아닌가. 남녀임금 차이를 비롯한 다양한 성평등 지표들이 한국은 여전히 여성들에게 불평등한 사회임을 말해준다. 여가부를 두는 것은 정부 부처에서 여성 정책이 늘 뒷전이었기 때문에 그나마 전담부서를 만들어 우선권을 주려는 취지였다. 그렇게 해도 여가부가 부처 내에서 ‘파워’가 없는 것은 여성에 대한 무시와 혐오의 정동이 공공영역까지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준석은 청년들의 젠더갈등을 정치적으로 이용해 당대표가 됐다. 현 정부에서 과소대표되고 있다는 공감대를 가진 '이대남'이 핵심 지지 세력이다. 한국 정치사에서 사건으로 기록될 서른여섯 살의 당대표가 페미니즘 백래시를 등에 업었다는 아이러니한 사실이 앞으로 대선 국면에서 어떤 반여성적 주장과 공약을 불러올지 각별한 비판적 주목을 요한다.



박수진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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