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개월간 한국일보 ‘제로웨이스트 실험실’의 기사와 영상에 달린 댓글은 4,500여 개. 궁금한 것 투성이지만 제대로 정보를 찾을 수 없어 답답해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한국일보 기후대응팀이 여러 차례 등장한 질문 위주로 답변을 준비했다.
Q: “페트(PET)라고 적힌 투명 계란 포장 용기는 투명페트병으로 배출해도 되나요?”
계란 포장은 PET가 아닌 일반 플라스틱 배출함에 버려야 한다. 눈으로 보기엔 똑 같은 투명 페트일지라도 음료·생수병과 계란 포장 용기는 다른 재질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음료병에 사용되는 투명 페트는 첨가물이 섞이지 않은 순수 페트 재질이다. 재활용 가치가 높은 이유다. 반면 생활용품에 사용되는 투명 페트 중에는 글리콜변성페트(페트-G)라는 재질이 있다. 기존 페트로는 제조하기 어려운 투명하고 두꺼운 시트나 용기에 적합하도록 첨가물을 넣은 것이다. 일반 페트와 섞일 경우 재활용을 방해할 수 있다. 환경부의 포장재 재질ㆍ구조 평가 가이드라인에서도 페트-G 혼합 제품은 ‘재활용 어려움’으로 분류된다.
환경부는 현재 투명 페트 분리배출 대상으로 음료수병과 생수병만을 지정했다. 다만 간장병의 경우 원칙적으로는 페트 분리배출 대상이 아니지만, 잘 세척하면 페트로 버려도 된다고 설명했다.
Q: “용기에서 제거한 라벨은 어디에 버리면 되나요?”
플라스틱 병에 붙은 라벨 중 접착제로 붙어 있는 경우는 재질과 상관없이 일반쓰레기로 버려야 한다. 접착제가 남아 있어 재활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절취선 표시가 있어서 손으로 떼어낼 수 있는 라벨의 경우 분리배출 표시에 라벨의 재질이 표시돼 있다. 폴리프로필렌(PP)이나 복합재질(Other)인 경우가 많은데, 비닐로 취급해 분리배출 하면 된다.
유리 병의 종이 라벨은 제거할 필요가 없이 그대로 버리면 된다. 재활용을 위해 녹이는 과정에서 라벨이 자연스럽게 분해된다. 다만 유리병의 비닐 라벨은 용광로에서 '잔탄' 형태로 남기 때문에 떼어내 일반쓰레기로 버려야 한다.
Q: “락스통을 분리배출 하면 재활용해서 테이크아웃 잔을 만들 까봐 걱정이에요.”
락스통이 테이크아웃 잔이 될 가능성은 낮다. 우리나라는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에 따라 물리적 재활용을 거친 플라스틱 재생원료를 식품접촉 포장 용도로 사용하는 걸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재생 플라스틱이라도 오염물질 기준을 통과하면 식품 사용을 허용하는 유럽ㆍ미국에 비해 강한 규제다.
따라서 ‘화학물질이 담긴 플라스틱이 식품에 쓰일 까 두려워’ 분리배출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락스통은 고밀도폴리에틸렌(HDPE) 단일 재질인데다 크기가 커서 선별도 쉽기 때문에 재활용이 용이한 편이다. 다른 세제 통으로 환생할 수 있길 바라며 잘 닦고 버리자.
Q: “실제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에서는 재활용 표시를 빼야 하지 않나요?”
우리가 흔히 ‘재활용 표시’라고 부르는 표시의 정확한 명칭은 ‘분리배출 표시’다. 이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에 따른 ‘분리배출 표시 의무 대상 포장재’에 붙는다.
이 표시가 있다고 해서 모두 재활용이 용이하다는 뜻은 아니다. 표시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소비자가 구매한 물건 값에 재활용 비용이 포함됐고 △생산자와 정부는 이 비용을 이용해 책임지고 재활용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뜻이다. 현재는 생산자가 제품 비용의 일부를 EPR 부담금으로 내면, 정부가 이를 재활용 처리업체에 지원하거나 재활용 체계 개선 용도로 사용한다.
재활용이 어렵다는 이유로 분리배출 표시를 뺀다면 현행 재활용 체계가 오히려 후퇴할 수 있다. 제도 개선이나 기술 발전을 통해 향후 재활용이 될 수 있는 제품을 재활용 가능 대상에서 빼는 것이기 때문이다. 분리 수거 표시는 따르되, 실질 재활용률을 높일 수 있도록 기업과 정부를 압박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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