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경북 울진군 신한울 원전 1호기가 완공 1년여 만에 운영허가를 받았다. 그간 정부의 탈원전 정책 기조 속에 안전성 문제와 테러 및 재해 위험에 대한 대비가 부족하단 지적이 나오면서 운영 허가가 연거푸 미뤄졌지만 결국, 신한울 1호기 방치에 따른 적자 및 전력난 해소란 실리를 택한 셈이다. 다만 운영 허가를 위해 그동안 제기됐던 △피동촉매형수소재결합기(PAR) 안전성 △항공기재해도 평가 등에 관련된 보완 조치가 선결 조건으로 제시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9일 제142회 회의에서 신한울 1호기 운영을 위원간 합의 하에 조건부 허가하기로 했다. 원안위 관계자는 "2018년 9월 세라컴사의 PAR에 대해 독일 'THAI' 실험 시설에서 진행했던 수소제거율과 촉매이탈 등 실험과 동등·유사한 테스트를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조속히 실시해 2022년 3월까지 최종보고서를 제출하되, 실험 시 신한울 1호기에 납품된 PAR와 동일한 제품을 대상으로 하고 필요시 후속조치를 이행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또 항공기재해도 저감을 위해 비행횟수 제한 등의 조치에 관한 협의를 관련 기관과 진행해 평과 결과를 제출하는 요건도 포함했다. 이런 사안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엔 관련 법령에 따라 허가 취소, 고발 등의 조치도 가능하다. 원안위 측은 "신한울 1호기 운영허가 이후에 진행될 핵연료 장전 및 시운전에 대해 사용 전 검사를 통해 안전성을 철저히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운영허가안 심의에 착수한 지 약 8개월 만이다. 지난달 11일 위원회 심의·의결 안건으로 처음 상정됐지만, 한국수력원자력으로부터 신한울 1호기 허가 심사 서류에 변경할 내용이 있다는 보고를 받은 원안위에서 추가적인 서류 검토 등을 이유로 결론 도출을 미룬 탓이다.
1,400메가와트(㎿) 규모, 설계 수명 60년의 신한울 1호기는 2010년에 착공해 지난해 4월 완공됐다. 하지만 운영허가가 지연되면서 가동까지 지연됐다. 원안위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으로부터 각각 8차례와 6차례만 보고 받고 운영 허가를 내준 신고리 원전 4호기, 신월성 원전 2호기 때와 달리 신한울 1호기와 관련해선 총 12차례에 걸친 운영 허가 관련 보고에도 결론을 미루면서 비판 여론도 커졌다.
신한울 1호기 운영 허가 지연의 가장 큰 원인은 탈핵시민행동 등 환경 시민단체에서 꾸준하게 제기한 PAR 안전성 때문이다. PAR은 원자로 격납 건물 내부의 수소 농도를 낮춰 원전 폭발을 막아주는 장치로, 지난 2011년 일본 동일본 대지진 당시 후쿠시마 원전이 격납용기 내 수소가 제대로 제거되지 않아 폭발한 점을 되새기면서 우리나라에서도 PAR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환경시민단체들은 한수원에서 PAR 결함을 은폐했다며 원안위에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고, 이와 관련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 3월 한수원을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한수원은 PAR 결함 의혹이 커지자 원안위에 관련 내용을 보고하고 PAR 성능에는 문제가 없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그 사이 운영허가 지연에 따른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달 23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이미 완성 단계 원전을 묵히고 있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원안위에 가동 허가를 요청하겠단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올해는 물론 내년 전력수급 준비도 시급한 상황에서 지금이라도 가동 허가가 난 건 천만다행”이라며 “신한울 1호기와 2호기가 모두 가동 된다면 전체 전력수급량이 2%정도는 늘어날 것”이라고 짚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