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복(11일)이 코앞이다. 해마다 이맘때 사회적 논란이 되는 주제가 있다. 바로 '개 식용'에 대해서다. 동물단체들은 올해도 거리로 나가 개 식용을 금지하자고 호소했고, 반대로 육견협회는 합법화를 요구했다.
개 식용 기사에 달린 댓글 논쟁도 뜨겁다. "개 식용을 법으로 금지하자"는 주장이 많지만 "나는 안 먹지만 다른 사람들 먹는 것 가지고 뭐라고 하지 말라"며 선택권과 자율권을 존중하는 것처럼 보이는 의견과 "개는 안 된다면서 소, 돼지는 괜찮다는 건가"라며 동물의 평등함을 주장하는 것처럼 보이는 의견도 빠지지 않고 나온다.
이처럼 끝이 없을 것 같던 개 식용 논란은 지난해 법원이 전기봉으로 개를 도살하는 행위를 동물학대로 처벌하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개 도살장들은 전기도살이 개를 도살하는 데 최적의 방법이라고 주장하며 대부분 전살법을 택하고 있다. 하지만 법원이 개 전기도살을 잔인한 행위로 보고 유죄판결을 내림으로써 개 도살장을 단속할 수 있는 근거가 생겼다.
하지만 여전히 개를 식용 목적으로 기르는 것 자체를 금지하는 법률은 없다. 이에 처벌을 위해서는 도살 현장을 적발할 필요성이 커졌고, 동물단체들은 올해도 경찰을 대동하고 도살장들을 급습해 불법 도살되고 있는 개들의 현실을 알렸다. 카라와 동물해방물결이 추적해 공개한 개 도살장 실상은 처참했다. 작은 철창 안에 욱여 넣어진 채 '배송'된 개들은 열악한 환경 속 다른 개들의 죽음을 지켜본 뒤 고통스럽게 죽어갔다.
개 식용이 사실상 불법이라는 또 하나의 근거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식품에 사용할 수 있는 원료의 목록을 고시한 '식품공전'에 개고기가 포함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식품공전에 포함돼 있지 않은 재료로 만든 음식을 단속하는 건 국민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인데, 식약처는 사회적 합의가 되지 않았다는 것을 핑계로 개고기는 단속하지 않고 있다.
선택권의 문제라고 보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열악한 환경에서 길러지고 잔인하게 불법으로 도살되는 동물을 먹을 선택권을 줘야 하는지 말이다. 그리고 본인이 "나는 안 먹지만"이라고 밝히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설명해줬으면 좋겠다.
개 식용은 문제이고 소, 돼지를 마구 먹는 것이 괜찮다는 것도 아니다. 대량밀집 사육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는 이들도 많다. 좁은 케이지 속 닭이 낳은 달걀이 아닌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달걀, 동물복지 기준에 맞춰 사육된 닭과 돼지를 고르는 이들도 늘고 있다. 나아가 식물 단백질을 활용하는 대체육과 동물의 세포를 배양하여 만들어내는 배양육 등 '가짜 고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누렁이들이 도살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기준 추정 반려견 수가 602만 마리라고 하는데, 식용으로 도살되는 개는 연간 100만 마리에 달한다고 한다.
동물권행동단체 카라가 지난 1년 동안 경기도 개농장 표본조사 결과 개 농장주 가운데 61.7%가 폐업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고무적인 일이다. 현재 발의된 동물보호법 개정안은 '누구든지 개나 고양이를 도살·처리하여 식용으로 사용하거나 판매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어 이 법이 통과되면 국내 개 도살을 전면 금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개 농장도 놔두면 언젠가 사라질 것이라고 하지만 그때까지 손 놓고 기다릴 수는 없다. 개 식용 국가라는 오명을 벗는 날을 하루라도 빨리 앞당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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