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 20건이 모조리 취소됐어요."
손님들로 한창 붐벼야 할 9일 점심시간. 종로 식당가는 텅 비어 있었다. 한 닭갈비집 사장은 카운터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또 인근의 돼지갈빗집엔 40여 개 테이블 중 2곳에만 손님이 있었다. 직원이 손님보다 더 많았다. 이 식당 주인 유모(70)씨는 “4단계 격상 소식에 다음 주 예약이 모두 취소됐다”며 “그러잖아도 장사가 안 되는데, 손님을 2명씩만 받으라는 것은 죽으라는 소리”라고 토로했다.
12일부터 2주간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최고 단계인 4단계가 적용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서울의 주요 상권은 쥐 죽은 듯 고요했다. 그 터를 지키고 있는 소상공인들의 입에서는 한숨과 곡소리가 터져 나왔다.
을지로3가에서 뼈해장국집을 운영하는 윤모(67)씨는 “이달부터 거리두기가 완화된다고 해서 의자를 10개 새로 샀다”며 “그러나 이제 모두 쓸모가 없어졌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또 “거리두기 완화를 예고한 정부 발표에 잠시 꿈을 꾸었던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완화 예고가 없었더라면 차라리 나았을 것이란 이야기다.
배신당한 이들은 식당 업주뿐만이 아니다. 을지로3가역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30)씨도 "이달부터 영업시간 제한이 풀린다고 해서 직원도 새로 뽑았는데, 다시 잘라야 할 판”이라며 "그 직원도 나도 한순간에 희망이 무너진 기분"이라고 허탈해했다.
야간 통행금지에 버금가는 이번 조치에 저녁 장사로 먹고사는 이들의 불만은 더 컸다. 신촌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박모(50)씨는 “오후 7~8시가 피크 타임”이라며 “6시부턴 3명 이상 모이지 말라고 하니 숨이 턱 막힌다”고 말했다. 표현은 완곡했지만 목소리엔 근심이 가득했다. 7월이 되면 밀린 월세를 좀 갚아나갈 것으로 기대 했지만, 그것도 물거품이 됐다.
박씨와 같은 건물에서 스터디카페를 운영하는 이모(53)씨도 마찬가지. 그는 “대학가라 10시 넘어 시험공부하러 오는 학생들 덕분에 그나마 카페가 운영됐었다”며 “10시 이후 손님이 몰리는 업종인데, 정부가 10시에 문을 닫으라니 별수가 없다”고 말했다.
실내체육시설 업종의 분위기는 엇갈렸다. 종로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는 이모(40)씨는 "코로나 이후에는 줄곧 10시까지 영업해왔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했지만 그렇지 않다는 곳이 훨씬 더 많았다. 청계천 인근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는 신모(50)씨는 “이번 달에도 월세를 채우긴 글렀다”며 한숨을 쉬었다. 신씨는 “지난 3개월간 신규 등록 회원이 0명”이라며 “오늘은 회원 5명이 기간 연기를 신청했다”고 했다. 새로 오는 손님은 없고, 기존 손님들은 코로나19 확산세를 핑계로 회원권 사용 기간을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인근에서 크로스핏 시설을 운영하는 김모(35)씨도 "오피스 상권에 직장인들이 많아 샤워가 필수인데 이번 조치는 결국 문 닫으란 이야기”라고 말했다. 4단계 격상에 맞춰 샤워실 운영이 금지됐다.
고장수 전국카페사장연합회 회장은 "애매하게 영업하느니 전국이 짧고 굵게 셧다운시켜서 코로나19 확산세를 확실하게 잡고 가는 게 자영업자들을 덜 고생시키는 것”이라며 “이번이 마지막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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