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양국이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총리의 정상회담 개최를 놓고 물밑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11일 일본 언론은 한일이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세부 형식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지만 청와대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최악으로 치닫던 한일 관계가 도교올림픽을 계기로 대화의 실마리를 찾기 바란다.
이번 정상회담만큼 외교단절 상태에 빠진 양국 관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도 드물다. 물론 한일은 쉽게 풀기 어려운 과거사 문제로 지난 4년 내내 대립해왔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강제징용 배상판결 문제에 대한 양국 원칙이 충돌하면서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도쿄올림픽 개회식 참석은 평창올림픽에 아베 신조 당시 총리가 참석한 것에 대한 답방 차원에서 추진된 별개 사안이다.
우리 정부는 23일 도쿄올림픽 개막식 때 문 대통령이 참석하는 경우 별도 정상회담을 개최하자고 제안했으나 일본 반응은 냉랭했다. 올림픽을 위해 방일하는 각국 정상들과 동등하게 15분가량 정중히 맞이하겠다는 게 전부였다. 지난달에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에서 약식회담 무산을 놓고 충돌, 비판여론마저 들끓었다. 이 같은 배경으로 중의원 선거를 앞둔 스가 총리가 정상회담으로 정치적 입지가 좁혀질 것을 우려했다는 게 중론이다.
굳이 회담을 사정할 필요가 있느냐라는 비판여론까지 있는 마당에 이번 정상회담의 의미는 빛이 바랜 게 사실이다. 성과를 기대하기에도 시간이 촉박한데 회담 내용에 대한 이견은 여전하다. 일본에선 과거사 문제에 대해 협의, 교섭하는 회담이 되지 않게 하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현재로선 이번 한일 정상의 만남은 성사되더라도 형식적인 회담에 의례적인 대화가 될 여지가 커 보인다. 이런 마당에 굳이 문 대통령이 참석할 필요가 있느냐라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정상회담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악화일로의 한일 관계에 브레이크를 거는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는 견해도 있다. 일본이 정상회담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이룰 수 있도록 성의 있는 자세를 보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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