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개막(23일)을 코앞에 둔 일본 도쿄에 12일 네 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긴급사태 선언이 발효됐다. 4월 말부터 지난달 20일까지 진행된 세 번째 긴급사태 당시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음식점에 주류 제공 중지 요청이 적용된다. 하지만 장기간 영업시간 단축과 주류 판매 금지로 영업에 큰 타격을 받은 음식점주들은 호락호락 협조하지 않을 태세다.
"협력금 지급 신속하게 하겠다" 고개 숙인 일본 정부
일본 정부 대변인인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정례 브리핑에서 “미리 미리 예방 조치를 강구하기 위해 도쿄도(都)에 긴급사태 선언을 발령했다”면서 “선언이 장기화하면서 음식점이나 사업하는 분, 국민 여러분께 대단한 부담을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의 요청에 응한 음식점에 대해 영업손실 보상 차원에서 지급되는 협력금을 선지급하는 시스템을 마련했다면서 “협력금 지급을 신속하게 하고 사업자 여러분의 이해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토 장관이 협력금 신속 지급을 강조한 것은 역으로 음식점에 대한 협조 요청이 어렵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올해 도쿄도 내 음식점은 두 번째 긴급사태가 발령된 1월부터 지금까지 반 년째 영업시간 단축 요청을 받아 왔고, 4월 말부터 시작된 세 번째 긴급사태부터는 주류 판매까지 금지됐다. 영업을 포기하고 폐점하는 식당도 줄을 잇는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세 번째 선언이 해제된 지 불과 3주 만에 네 번째 선언이 발령되자 “이제 더이상 요청에 따르지 못하겠다”는 곳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니시무라 장관, "거래 은행에 위반 사실 알리겠다" 발언 역풍
여기에 지난 8일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경제재생장관의 발언은 폭발 직전인 음식점주들의 분노를 자극했다. 이날 니시무라 장관은 지자체 요청에 협조하지 않는 음식점에 협조를 요구하도록 거래 금융기관에 위반 업체 정보를 제공한다는 방안을 내놨다가 ‘국민을 협박한다’는 반발에 직면, 하루 만에 방침을 철회했다.
니시무라 장관은 파문이 가라앉지 않자 11일 트위터에 연달아 반성한다는 글을 올리며 “취지를 충분히 전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여론이 잠잠해지긴커녕 장관직 사임 요구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인터넷에는 “불공평한 긴급사태 선언에 단호히 반대한다. 가을 총선에선 자민당과 공명당 외 정당에 투표합니다. 손님도 협력해 주세요”라는 포스터마저 올라오고 있다. 이에 공감하는 식당들은 포스터를 인쇄해 가게에 붙이는 식으로 공동 대응할 분위기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가 방역 조치 강화에 매몰될 수밖에 없는 배경은 올림픽을 불과 열흘 정도 앞둔 도쿄의 감염 상황이 계속 악화하기 때문이다. 11일 도쿄의 신규 감염자 수는 614명으로 전주 같은 요일에 비해 96명 증가했다. 지난 8일 도내 전문가 보고에 따르면 이달 들어 하루 평균 신규 감염자 수는 약 625명으로 이전 1주일(약 503명)의 1.24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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