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유 세금, 10년 걸쳐 단계적 인상"이 핵심
업계 반발·27개국 만장일치 필요... 난항 예상
유럽연합(EU)이 열띤 논쟁을 불렀던 '항공유 세금 인상' 방안을 이번 주 공식 발표한다. 등유 등에 대해 10년에 걸쳐 단계적 세금 인상을 추진하는 게 핵심 내용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항공산업 규제를 통해서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EU 회원국 27개국의 만장일치 승인이 필요해 해당 정책이 시작 단계에서 좌초할 가능성도 있다.
1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오는 14일 공식 발표될 EU의 에너지세제지침(ETD) 개편 초안의 골자는 항공기에 쓰이는 등유를 비롯해 오염 물질을 많이 내뿜는 석유 연료의 최저세율을 향후 10년간 단계적으로 올리는 것이다. 구체적 세율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나, 화물 전용 항공편은 제외하고 비상업 항공편엔 더 낮은 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동시에 친환경 신재생에너지는 세금 면제 등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등유에 세제 혜택을 주었던 기존 지침을 개편함으로써 친환경 연료로의 전환을 장려하는 게 궁극적 목표다. 현재 EU의 항공유 중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0.05%에 불과하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이 같은 방안을 포함한 탄소배출 감축을 위한 정책 12개를 발표할 예정이다.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5% 감축하겠다는 EU의 목표 설정에 따른 후속조치다. 탄소배출권거래제(ETS) 확대 계획과 자동차 이산화탄소 배출 기준 강화, 수입품에 대한 탄소세 적용안 등도 공개된다.
항공업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ETS도 일부 손질이 가해진다. 항공업에 무상으로 제공하는 탄소 배출권(크레딧)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방안이다. 무상 배출권이 사라지면 그만큼 업계 스스로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거나 배출권을 구입해야 한다. EU집행위 경제위원인 파올로 젠틸로니 전 이탈리아 총리는 "현재 ETD는 친환경이 아닌 화석 연료를 장려하고 있다"면서 "(제도) 개혁은 지금이 아니면 결코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환경세 도입은 정치적으로 워낙 민감한 조치라 실제 시행까진 난항이 예상된다. 특히 항공업계의 반발이 크다. 유럽 항공사들의 연합체인 '유럽을위한항공사들'(A4E)은 "생태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비생산적 정책"이라며 "(유럽 항공사들의 세금 부담으로) 전 세계 시장의 경쟁 체제가 왜곡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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