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군함도(하시마섬) 등을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하며 약속한 ‘강제노동’ 사실을 알리는 조치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공개 지적했다. 유산위원회는 12일 공개된 ‘일본 근대산업시설 결정문안’에서 일본에 강한 유감을 표하고 약속 이행을 재촉구했다. 결정문안이 16일부터 열리는 44차 유산위원회에서 공식 채택되면 국제사회가 일본의 거짓 행태를 명시적으로 확인한 사례가 된다. 국제기구 문안에 ‘강한 유감’ 문구가 들어가는 것은 아주 이례적인 일이다.
유네스코와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는 현지조사까지 벌여 일본 행태를 확인했다고 한다. 이에 그치지 않고 유네스코는 결정문안에서 문화유산 등재 결정 때 일본 대표의 발언을 그대로 인용해 일본 정부의 이중성까지 지적하고 있다.
일본은 2015년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 23곳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때 유적지 전체 역사에 대한 이해 반영 등 권고사항 8개의 이행을 약속했다. 당시 유네스코 일본대사 사토 쿠니는 “수많은 한국인과 여타 국민이 본인 의사에 반해 동원돼 가혹한 조건에서 ‘강제로 노동한’ 사실을 이해할 수 있도록 조치할 준비가 돼 있다”는 말까지 했다.
하지만 유산위 권고의 이행에 대한 일본의 2017 보고서에서 ‘강제’ 표현은 사라졌고, 2019 보고서에선 강제징용 문제마저 배제됐다. 유네스코는 다시 권고사항 이행을 결정했으나 일본은 되레 산업유산정보센터에 군함도의 ‘조선인 징용공은 허위’라는 증언을 전시하며 역사왜곡까지 자행했다. 약속에서 멀어지는 일본의 행태는 작년 보고서에서 강제 징용자가 일본 노동자와 동일 환경에서 일했다는 주장으로 이어졌다. 일본 노동자와 구분 없는 산업노동을 한 징용자에게 ‘강제 노동’은 없던 일이란 것이다.
일본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데는 역사 갈등 중인 한국에 대한 무시가 큰 이유일 것이다. 이 문제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사법부의 배상판결과도 맞물린 사안이다. 하지만 과거사에 솔직하지 못한 일본 편을 들어줄 국제사회는 없다는 점을 일본 정부는 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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