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가람 KBS '환경스페셜' PD 인터뷰
우리가 평생 입고 버리는 옷은 얼마나 될까. 78억 명이 사는 지구에서 한 해 생산되는 옷은 1,000억 벌. 이 중 330억 벌은 같은 해 버려진다. 쉽게 사고, 쉽게 버리는 주기는 더 빨라진다. 신상품을 내놓는 주기가 일주일까지 줄어든 '울트라 패스트 패션'의 시대. "저렴한 가격에 고민 없이 산 뒤 한철 입고 버린 옷, 그 편리함의 대가는 누가 치르고 있을까."
지난 1일 방송된 KBS '환경스페셜'의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는 이런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카메라는 아프리카 가나의 수도 아크라의 거대한 '옷 무덤'을 비춘다. 인구 3,000만 명인 이 나라에는 매주 1,500만 벌의 헌옷이 수입된다. 처치 곤란인 헌옷이 집 앞을 채우고도 넘쳐 강을 이루는 장면은 그 자체로 충격적이다.
이번 편을 연출한 김가람 PD는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집 정리를 하고 옷을 많이 버렸는데 '이 옷이 다 어디로 갈까' 궁금해지더라"며 "분명 지방 어딘가에서 처리되고 있을 것이란 생각에 알아봤는데 놀랍게도 바다 건너로 수출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대개 누군가 입을 거란 생각에 헌옷수거함에 옷을 내놓는다. 그러나 정작 국내에서 소화되는 헌옷은 5%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가나 같은 개발도상국으로 밀어낸다. 대한민국은 세계 5위의 헌옷 수출국이다.
"흔히 북유럽은 환경의식이 높아서 깨끗하고,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는 무분별하게 생산하고, 더럽게 생활하기 때문에 환경이 오염됐다고 생각하잖아요. 실상은 우리가 사용할 물건을 생산하고, 폐기까지 떠안다 보니 더러워질 수밖에 없는 건데 말이죠." 말하자면 "화장실을 우리 집 바깥에 만들어놓고, 그 옆에 사는 사람들에게 더럽다고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원인은 과잉생산, 과잉소비다. 패스트 패션은 의류 폐기물 증가의 주범이다. 해결 방법은 되도록 덜 만들고, 덜 사는 것뿐이다. 이 작품은 친환경 마케팅을 내세운 패션 기업들의 문제도 함께 짚는다. "기업들이 에코퍼, 비건 가죽, 폐페트병으로 만든 티셔츠를 내세워 지속 가능한 패션이 가능한 것처럼 손쉽게 친환경 이미지를 가져간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지구를 위한 소비' 같은 슬로건 역시 문제적이다. 김 PD는 "마치 내가 이 옷을 사서 바다를 청소하는 것 같은, 지구에 좋은 일을 하는 것 같은 착각을 주는 건 잘못"이라며 "지구를 '덜 해하는' 소비가 있을 뿐"이라고 꼬집었다. 패션 산업이 다량의 물을 사용하고 오염시키는 등 환경오염과 떼려야 뗄 수 없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버려진 옷은 결국 썩지 않는 쓰레기가 돼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라는 경고를 보낸다. 옷의 절반 이상은 페트병과 같은 플라스틱 원료인 폴리에스터로 만들어진다. "페트병 하나보다 티셔츠 한 장이 훨씬 많은 플라스틱 쓰레기"라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폐페트병의 80% 이상이 재활용되는 반면 헌옷은 눈에 안 보이게 멀리 치워버려 그 심각성을 못 느낄 뿐이다.
김 PD는 "개인적으론 기분 전환으로 물건을 사는 걸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오늘 탕진했어요' '하울해요' 하는 게 자랑할 만한 일이 아니라는 인식이 생긴다면 이 프로그램의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로 10년 차인 그는 지난 3월, 8년 만에 부활한 '환경스페셜'에 자원해 합류했다. '환경스페셜'은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환경 전문 다큐멘터리다. 김 PD는 "가나의 헌옷 무덤이 시사 프로그램에서 나갔다면 '저 나라는 저렇게 사는구나, 우리는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반응에 그쳤을 것"이라며 "옆집을 넘어 먼 이웃, 먼 나라까지 확장해서 전체 그림을 보여주고, 그런 고민을 드리는 프로그램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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