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서울대공원 온 뭉치·몽글 부부
틀어진 사이 회복 위해 나무 쉼터 제작
한 달 만에 극적으로 '합사' 성공
편집자주
동물을 사랑하고 동물분야에 관심을 갖고 취재해 온 기자가 만든 '애니로그'는 애니멀(동물)과 블로그?브이로그를 합친 말로 소외되어 온 동물들의 이야기를 따뜻하고 심도 있게 전달합니다.
지난달 4일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 해양관 남미 바다사자 방사장 안, 2주 전 설치된 가로 2.5m, 세로 1.5m 크기의 나무로 만든 구조물에 하트 모양으로 장식한 형형색색 장미꽃과 이들의 주식인 고등어가 놓였다. 최근 싸움이 잦아 '각방' 쓰는 날이 늘어난 남미 바다사자 부부 '뭉치'(12세?수컷)와 '몽글'(12세?암컷) 사이를 회복시키기 위해 이광호(31), 서동준(24) 사육사가 준비한 이벤트다. 이날 합사는 열흘 만으로 나무 쉼터와 꽃 장식을 한 고등어 제공은 갇힌 환경에서 지루함을 덜기 위한 동물 행동풍부화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칠레서 잡힌 야생 개체, 덩치와 공격성으로 공연 안해
뭉치와 몽글은 2011년 전 세계 남미 바다사자의 약 40%가 서식하는 지역으로 알려진 칠레 연안에서 잡힌 야생 개체로, 한화아쿠아플라넷여수에서 살다 2018년 서울대공원으로 이송됐다. 동물원들은 사육하는 동물의 개체 수 조절과 종의 다양화를 위해 동물을 교환하는데, 당시 남미 바다사자가 없었던 서울대공원이 이 둘을 인수했다.
멸종위기관심대상인 남미 바다사자는 칠레 정부가 지난 30년 동안 보호종으로 지정해 사냥을 금지했다. 실제 사자와 갈기가 유사해 바다사자라 불리며, 라틴어로 '작은 귀'라는 뜻의 오타리아로도 칭한다. 주식은 고등어와 임연수로 수컷은 하루에 12~13㎏, 암컷은 10㎏를 먹는다. 이광호 사육사는 "평균 몸무게가 300㎏ 안팎으로 덩치가 크고 공격성이 강해 대공원에서는 공연에 활용되진 않았다"며 "안전한 관리를 위해 이름을 부르면 내실과 방사장을 오가게 하는 '입방사 훈련'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나빠진 사이, 사육사는 나무 쉼터 제작
뭉치와 몽글의 사이가 처음부터 나빴던 건 아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티격태격하더니 지금은 뭉치에게 성호르몬을 낮추는 약 투여까지 고민할 정도가 됐다. 공격적인 쪽은 뭉치로 몽글을 쫓으며 목덜미를 물고 늘어지고, 몽글도 질세라 반격하면서 사육사들의 애를 태운다. 이 사육사는 "뭉치는 300㎏, 몽글은 250㎏ 정도로 덩치에서 차이가 크다"라며 "싸움이 크게 나는 편이라 둘을 분리해 몽글을 내실에서 살도록 하는 날이 반복됐다"고 했다.
이 사육사는 고민 끝에 더블 퀸사이즈 침대 크기의 나무 쉼터를 직접 제작했다. 부패를 막기 위해 방부제를 바른 방부목을 사용했고, 오일스테인을 발라 방수를 신경 썼다. 이는 바다사자 수백 마리가 쉴 수 있는 구조물로 유명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피어 39에서 착안했다. 그는 "뭉치와 몽글이 사이가 좋을 때는 방사장 내 좁은 바위에 겹쳐 앉아 있곤 했다"라며 "한 공간에서 편히 쉬라고 넉넉한 크기로 '금슬 침대'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열흘 만 합사는 실패했지만... 이후 관계 회복
이날 열흘 만에 시도한 뭉치와 몽글의 합사는 아쉽게도 실패였다. 사육사들의 간절한 바람을 뒤로하고 둘이 사이좋게 고등어를 나눠 먹거나 나무 쉼터에서 함께 휴식을 취하는 장면은 연출되지 않았다. 뭉치는 유유히 헤엄치며 사육사가 던져주는 고등어를 즐긴 반면, 물속에 들어가지 못한 몽글은 고등어를 먹고 이후 내실 쪽만 바라봤다. 이광호 사육사는 "열심히 준비했지만 기대만큼 사이가 좋아지지 않아 아쉽다"라면서도 "앞으로 둘 사이 회복을 위해 먹이, 장난감, 환경 변화 등을 통한 다양한 행동풍부화 방법을 시도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22일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뭉치와 몽글이 사이가 좋아진 데 이어 나무 쉼터를 함께 사용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사육사는 "처음에는 올라가지 않더니 설치한 지 한 달 만에 한 마리씩 올라갔고 이후 둘이 함께 자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라며 "고심 끝에 제작한 쉼터를 이용하는 모습에 뿌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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