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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에 '식량난' 첫 고백한 北... "제재·봉쇄·재해가 위기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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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에 '식량난' 첫 고백한 北... "제재·봉쇄·재해가 위기 원인"

입력
2021.07.15 00:10
수정
2021.07.15 06:4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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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보고서에 식량 부족 규모 상세 공개
"인도적 지원 여지 둬야 할 만큼 사정 심각"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 수해현장을 찾아 복구 상황을 현지지도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 수해현장을 찾아 복구 상황을 현지지도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심각한 식량난을 외부에 처음으로 인정했다. 수치를 상세히 열거하고 제재, 봉쇄, 자연재해 등 원인까지 이례적으로 제시하며 국제사회의 도움을 바랐다. 북한의 대규모 지원 요청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13일(현지시간) 주유엔 한국대표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유엔 고위급 정치포럼(HLPF) 화상회의에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 관련한 ‘자발적 국가별 검토(VNR)’ 보고서를 공개했다. 특정 국가가 지속가능한 발전 계획에 얼마나 도달했는지를 자체 평가하는 내용으로 2015년부터 시행됐다.

북한은 박정근 내각 부총리 겸 국가계획위원회 위원장 명의로 제출한 66쪽 분량의 보고서에서 “올해 곡물 700만 톤 생산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며 “2018년 495만 톤 생산 이후 최근 10년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부족 문제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보고서는 “백신 공급의 대부분을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에 의존한다”면서 검역 확대를 통한 감염병 대응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최대 해결 과제로는 에너지 확충을 꼽았다. 북측은 “전체 전력 생산량과 1인당 전력 생산량 모두 감소 추세”라며 식량난과 더불어 전력난도 한계에 다다랐음을 시사했다.

보고서 내용은 최근 북한의 식량 문제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국제기구의 분석과 대체로 일치한다. 앞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올해 북한의 곡물 부족 수요를 110만 톤으로 예상하며, 8~10월 심각한 상황에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FAO와 국제농업개발기금(IFAD) 등이 공동 발간한 ‘세계 식량 안보와 영양 수준 2021’ 보고서에서도 2018∼2020년 북한의 영양부족 인구를 10명 중 4명꼴(42.4%)인 1,090만 명으로 추산했다.

북한은 가중되는 경제위기 배경으로 △국제사회의 지속된 대북제재 △국경봉쇄 △자연재해 등 3가지를 꼽았다. 여파가 어찌나 컸던지 “주권이 도전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고서에 적시할 정도였다.

북한이 VNR 보고서를 공개한 것도 처음이다. 그만큼 국내 사정이 절박하다는 뜻이다. 내부적으론 김정은 국무위원장 겸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달 이미 위기를 시인했다. 김 위원장은 당 제8기 3차 전원회의에서 “지난해 태풍 피해로 알곡(식량) 생산 계획이 미달했다”고 밝혔다. 식량 부족을 비롯한 경제난은 희생양 찾기와 책임 추궁으로 이어져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해임되는 등 군 수뇌부가 철퇴를 맞았다.

관건은 북한의 향후 행보다. 스스로 치부를 까발린 건 대규모 원조를 상정한 명분 쌓기용이란 해석이 나온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의 도움 정도로는 식량난을 해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라며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 여지를 열어둬야 할 필요성이 생긴 것”이라고 풀이했다.

조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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