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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인 소유권 분쟁 휘말린 中 차세대 우주복

입력
2021.07.18 15:3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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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첨단 페이톈 우주복 놓고 두 대학 진실 공방
후난대 "성공적 우주 데뷔, 자랑스럽다" 주장에
샹탄대 "우리가 개발 주도, 디자인 도둑질 말라"

페이톈을 입은 중국 우주비행사 두 명이 4일 우주정거장 핵심 모듈 톈허 밖으로 나와 첫 우주 유영을 하면서 로봇팔과 작업대 등을 설치하고 있다. 이날 비행사들은 우주 공간에서 세 시간가량 작업을 했다. 베이징=신화 뉴시스

페이톈을 입은 중국 우주비행사 두 명이 4일 우주정거장 핵심 모듈 톈허 밖으로 나와 첫 우주 유영을 하면서 로봇팔과 작업대 등을 설치하고 있다. 이날 비행사들은 우주 공간에서 세 시간가량 작업을 했다. 베이징=신화 뉴시스

중국 남동부 후난대와 샹탄대. 차로 한 시간이면 닿는 후난성의 두 대학이다. 하지만 중국의 우주 굴기(?起ㆍ우뚝 섬)로 인해 얼굴을 붉히는 사이가 됐다. 갈등을 촉발한 뤄젠핑 교수는 한쪽에서는 영웅, 다른 쪽에서는 도둑으로 몰려 환호와 지탄을 동시에 받고 있다.

차세대 우주복 ‘페이톈(飛天ㆍ하늘을 날다)’의 디자인 소유권이 문제였다. 지난 4일 중국이 건설 중인 우주정거장에서 비행사 두 명이 입고 나와 첫 우주유영을 하는 장면이 공개돼 유명세를 치른 특수장비다. 무게가 130㎏에 달하지만 3~5분이면 착용할 수 있다. 최장 8시간 임무를 수행할 수 있어 기존 우주복보다 두 배가량 길다. 열과 압력, 자외선 등 외부 위험 요인을 극복하기 위한 첨단 기술이 집약됐다.

중국 우주비행사가 우주정거장 핵심 모듈 톈허에서 우주복 페이톈을 입고 있다. 진공과 온도차, 방사선 등 우주 환경에 대응할 수 있도록 여러 겹으로 설계됐다. CCTV 캡처

중국 우주비행사가 우주정거장 핵심 모듈 톈허에서 우주복 페이톈을 입고 있다. 진공과 온도차, 방사선 등 우주 환경에 대응할 수 있도록 여러 겹으로 설계됐다. CCTV 캡처

이날 저녁 중국 CCTV가 ‘초점취재’라는 프로그램에서 페이톈을 자세히 소개하며 분위기를 띄운 것이 화근이었다. 페이톈 제작에 깊게 관여한 후난대 뤄 교수의 인터뷰가 방영되자 대학 측은 “자랑스럽다, 후난대가 만든 작품의 성공적 우주 데뷔”라며 열광했다. 학교를 홍보하는 데 이만한 호재가 없었다.

반면 샹탄대는 발끈했다. “후난대가 우리의 공을 가로챘다” “디자인 성과를 도둑질 당했다”는 분노가 쏟아졌다. 우주 기술의 발전을 지켜보며 중국 전역이 들떴지만 유독 샹탄대만 속이 끓었다.

반격에 나섰다. 사건의 전말을 공개하며 여론전을 폈다. 이에 따르면 샹탄대는 2013년 페이톈 프로젝트 사업자로 선정됐다. 당시 연구팀을 꾸리고 사업을 총괄한 다른 교수는 디자인예술대의 젊은 조교수 뤄젠핑에게 우주복 설계 책임을 맡겼다. 2016년 디자인 완성 이후 샘플을 만들고 오류를 고치는 검증 단계에 들어갔다. 샹탄대는 “대학 홈페이지에 진행 상황을 수시로 공지했고, 계획 단계부터 연구·개발의 모든 과정을 주도한 만큼 당연히 우주복 디자인 소유권은 우리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17일 선저우 12호를 타고 우주로 날아간 비행사 3명이 우주정거장 핵심 모듈 톈허에 진입하고 있다. 중국 베이징 항공우주관제센터에서 캡처한 화면. 베이징=신화 뉴시스

지난달 17일 선저우 12호를 타고 우주로 날아간 비행사 3명이 우주정거장 핵심 모듈 톈허에 진입하고 있다. 중국 베이징 항공우주관제센터에서 캡처한 화면. 베이징=신화 뉴시스

뤄 교수 주장은 달랐다. 2016년 프로젝트가 일단락되자 샹탄대를 사직했지만 이후에도 페이톈 디자인 작업을 중단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박사과정을 밟으러 칭화대로 자리를 옮긴 뒤 2020년 학위를 취득하고 후난대 교수로 채용됐다. 특히 후난대의 전폭적 지원으로 만든 디자인센터에서 팀을 구성해 우주복을 계속 보완해 왔다고 해명했다. 페이톈 개발에 자신이 지분을 갖고 있다는 논리다.

중국 특허법 6조는 ‘기관, 단체, 회사 등을 통해 획득한 직무발명창조의 특허 출원 권리는 해당 조직에 속한다’고 규정했다. 이에 비춰 여론은 일단 샹탄대 쪽으로 쏠리는 기류다. 하지만 두 대학의 명예와 중국 우주 개발의 자존심이 걸린 중차대한 사안이라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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