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여권의 대선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를 향해 “사실관계를 바로 알고 미안한 마음이 들면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정 전 총리가 오 시장을 향해 “코로나 방역 문제 책임에 자신은 쏙 빠지고 다른 사람을 내세워 정부를 비판한다”고 비난하자, 반격에 나선 것이다. 전날 김도식 서울시 정무부시장 발언으로 촉발된 코로나19 4차 대유행 책임을 놓고 정치권 공방이 가열되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14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정 전 총리를 향해 "(정 총리가) 언급한 두 가지 사항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평소답지 않게 신중하지 못하셔서 다소 의외”라고 말을 꺼냈다.
오 시장은 우선 "'다른 사람 뒤에 숨었다'는 것은 서울시 정무부시장의 전날 발언 해프닝을 말씀하신 것으로 보인다"며 "취재해 보시면 저에게 미안해하실 정도로 사실이 아님을 확인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혹시 사실을 알게 되셔서 미안한 마음이 드시면 글을 조용히 내려 달라"며 "사과로 받아들이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정 전 총리는 페이스북을 통해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방역을 두고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그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 대단히 유감스러운 방식"이라며 "특히 상대 당 대선경선에 나선 이재명 지사의 말 한마디에도 시시콜콜 태클 걸던 오세훈 시장이 정작 자신의 책임인 방역문제에는 뒤로 쏙 빠진 채 다른 사람을 내세워 정부를 비판하는 모습은 참으로 후안무치한 처사"라고 오 시장을 비판했다. 이는 김도식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같은 날 오전 출입기자단에 "방역 실패 책임을 서울시장에게 떠넘기는 것은 더 이상 대통령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는 고백으로 들린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내자 정 전 총리가 겨냥한 것이다
오 시장은 이재명 경기지사를 감싼 정 전 총리 발언도 반박했다. 그는 "(정 전 총리가)이 지사와의 기본소득, 안심소득 논쟁을 언급하신 것으로 보인다"며 "두 사람의 페이스북 공방 선후를 잘 보시면 이 지사의 수차례 도발적 공세에, 제가 계속 사후에 답변하는 순서임을 쉽게 확인하실 수 있다"고 했다. 오 시장은 글을 마무리하면서 "앞으로 잘못된 사실관계만큼은 바로잡겠다”며 “조용히 일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썼다.
오 시장은 취임 이후 100일간 여의도 정치권과 거리를 둬 왔다. 하지만 여권의 대선 레이스가 한창인 상황에서 정 전 총리가 자신을 겨냥하자, 이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작심 발언한 것으로 풀이된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4차 대유행 국면에서 제기되는 책임론의 불똥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려는 의도로도 보인다.
고려대 선후배 사이인 오 시장과 정 전 총리는 2016년 20대 총선에서 서울 종로에서 맞붙어, 정 전 총리가 승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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