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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열면 낭비, 닫으면 코로나 위험... '개문냉방 딜레마' 봉착한 상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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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열면 낭비, 닫으면 코로나 위험... '개문냉방 딜레마' 봉착한 상점들

입력
2021.07.15 17:51
수정
2021.07.15 18:4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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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낭비 막겠다며 정부 단속 벌였던 '개문냉방'
코로나19? 대유행 국면에서... "불가피한 선택지"

15일 오후 1시쯤 강남역 거리를 행인이 지나가고 있다. 권지원 인턴기자

15일 오후 1시쯤 강남역 거리를 행인이 지나가고 있다. 권지원 인턴기자

체감온도 37도를 웃돌며 무더위가 극성을 부렸던 15일 오후. 서울 강남역 앞 거리 행인들은 상점가 쪽으로 몸을 붙인 채 걸었다. 아무리 봐도 쇼윈도 너머 진열된 상품 구경 목적은 아니었다. 활짝 열린 출입문으로 쏟아져 나오는 시원한 바람을 쐬기 위한 것이었다. 직장인 오모(26ㆍ여)씨는 “열린 문 앞을 지나는 것만으로도 찜통에서 해방되기 때문에 오늘처럼 푹푹 찌는 날엔 이렇게 걷는다”고 말했다.

무더위에 냉방기 가동이 늘면서 이날 오후 4~5시 전력예비율은 9%. 올여름 들어 처음으로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는 소식이 있었지만, 대로변 가게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강남역 인근 오락실 직원 정모(26)씨는 "오픈 때부터 영업시간 내내 문을 연 채로 냉방을 한다"며 "밀폐된 채로 냉방할 경우 코로나19 전파 위험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날 강남역에서 신논혁역까지 약 800m 거리에 줄지어진 상점 48곳 중 절반이 넘는 26곳이 문을 연 채로 냉방기를 돌렸다. 문을 닫고 냉방을 했을 때보다 전력은 3, 4배 더 소비되지만, 호객 목적의 ‘개문냉방’이 코로나19 확산방지라는 명분까지 얻어 행해지고 있는 것이다.

같은 시각 홍대입구역 일대도 마찬가지였다. 거리 좌우로 100여 개의 점포가 즐비한 어울마당로에는 점포 대부분이 문을 활짝 연 채로 냉방기를 돌리고 있었다. 카페 매니저 A씨는 "지난해 스타벅스에서 문을 닫고 냉방하다가 집단감염이 발생한 적이 있지 않냐"며 "집단감염이 발생해 셧다운 되는 것보단 나을 것 같아서 항상 에어컨을 켠 채 문을 열어 둔다”고 말했다. 신발가게 직원 남모(28)씨는 "문을 열고 냉방하는 게 좋은 일은 아니지만, 사실 지금 최우선은 방역과 고객의 안전”이라며 “어쩔 수 없이 문을 열어놓고 장사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전력 소비 행태가 ‘블랙아웃(대정전)’을 재촉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졌지만, 개문냉방을 단속하는 곳은 사실상 없다. 감염 우려 때문에 개문냉방에 대한 뚜렷한 지침을 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2012~2016년 단속을 했고, 작년부터는 개문냉방보다는 적정 실내 온도를 지켜달라고만 권하고 있다"며 "문 열고 냉방을 하라는 건 아닌데, 그렇다고 문 닫고 냉방을 하라고도 말할 순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던진 딜레마 아닌 딜레마에 전문가들의 입장도 엇갈린다. 안영환 숙명여대 기후환경에너지학과 교수는 "최근 개문냉방 흐름은 단기간에 코로나19를 막아야 하는 흐름에서 생긴 현상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환경 전력이 화석연료로 생산되는 만큼 환경을 파괴하는 개문냉방이 장기화하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엄중식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개문냉방이 감염 확산 방지에 효과가 있는지 과학적으로 입증되진 않았지만, 현재로선 개문냉방이 현실적인 방법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15일 낮 12시쯤 홍대 어울마당로에 위치한 한 옷 가게가 문을 연 채로 냉방기를 가동하고 있다. 나광현 인턴기자

15일 낮 12시쯤 홍대 어울마당로에 위치한 한 옷 가게가 문을 연 채로 냉방기를 가동하고 있다. 나광현 인턴기자


우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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