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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루스벨트호 악몽 재연되나... 청해부대 코로나에 뚫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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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루스벨트호 악몽 재연되나... 청해부대 코로나에 뚫렸다

입력
2021.07.15 20:00
수정
2021.07.15 20:3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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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병 함정 첫 확진 발생... 6명 감염
軍, 의심자 감기 판단해 2주간 방심
고립·밀폐 특성 탓 감염 폭증 위험?
정부, 수송기 급파… 환자 급거 귀국

2018년 2월 청해부대 26진 대원들이 출항을 앞두고 해군작전사령부 부산기지에서 가족과 아쉬운 작별 인사를 나누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8년 2월 청해부대 26진 대원들이 출항을 앞두고 해군작전사령부 부산기지에서 가족과 아쉬운 작별 인사를 나누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해외 파병 중인 해군 청해부대 문무대왕함(4,400톤급)에서 승조원 6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코로나19 증상을 보이는 승조원도 80여 명이나 돼 대규모 집단감염 우려가 커지고 있다. ‘파병 함정’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나온 건 처음이다.

파병 함정은 밀폐ㆍ밀집ㆍ밀접된 근무 여건 탓에 감염병에 극히 취약한 환경이나 제대로 된 정밀 검사나 격리 조치 등 군의 대응은 상대적으로 허술했다. 유증상자 발생 후 군이 안이하게 대처한 정황도 일부 확인됐다. 정부는 공중급유수송기를 급파해 치료를 도울 계획이지만, 도착 때까지 환자들은 사실상 방치될 수밖에 없어 파병 함정 근무자들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감기 증상 가볍게 본 軍의 방심

항해 중인 해군 문무대왕함. 연합뉴스

항해 중인 해군 문무대왕함. 연합뉴스

합동참모본부는 15일 “청해부대 34진 간부 1명이 14일 폐렴 증세로 인근 국가의 민간병원으로 후송됐고, 해당 간부와 접촉한 사람 중 인후염 등 관련 증상이 있는 6명을 검사한 결과, 전원 양성으로 판정됐다”고 밝혔다. 전체 승조원 300명 가운데 유증상자도 80여 명으로 파악돼 확진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들은 모두 함정 내 별도 공간에서 코호트 격리(집단 격리) 조치됐다.

청해부대는 국군 역사상 첫 전투함을 앞세운 해외 파병부대다. 2009년 1진 파병 이래 12년간 아덴만 해역을 중심으로 해적 퇴치 및 한국ㆍ우방국 선박 호송 임무를 수행해왔다. 문무대왕함은 올해 2월 파병됐으며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일까지 군수물자 적재를 위해 인근국 기항지에 입항했다.

이상 조짐은 2일 생겼다. 감기 증상자가 발생했으나 부대는 약만 처방했다. 일주일여가 지난 10일 여럿이 감기 증상을 호소하자 40여 명을 대상으로 간이검사를 실시했고, 모두 ‘음성 판정’이 나왔다. 이때까지도 부대는 코로나19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심각성을 인지한 건 다시 사흘이 지나서였다. 13일 인근 국가의 협조를 받아 유전자증폭(PCR) 검사가 이뤄진 뒤에야 감염 사실을 알아차렸다. 최초 의심 증세부터 확진까지 2주일의 시간을 허투루 보낸 것이다. 전수조사가 어려웠던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군이 상황을 너무 가볍게 판단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파병 함정은 코로나에 최악의 환경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호 내 코로나19 집단감염을 우려하며 하선을 호소하는 서한을 상부에 보냈다가 해임된 브렛 크로지어 당시 함장. AP 뉴시스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호 내 코로나19 집단감염을 우려하며 하선을 호소하는 서한을 상부에 보냈다가 해임된 브렛 크로지어 당시 함장. AP 뉴시스

해외 파병부대의 집단감염 사태는 충분히 예견됐다. 전조도 있었다. 4월 휴가차 귀국한 남수단 한빛부대원 1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고, 2월에도 유엔레바논평화유지군(UNIFIL) 소속 현지 간부가 양성 판정을 받았다.

게다가 청해부대는 육상 파병부대와 달리 ‘바다 위 함정’이라는 특수 조건이 더해져 더욱 까다로운 방역 조치를 적용해야 했다. 함정은 애초에 밀폐된데다, 내부 공간도 좁아 ‘거리 두기’ 자체가 어렵다. 환기 시설 역시 연결돼 있어 승조원 전원이 같은 공기를 마시는 것이나 다름없다. 바이러스가 서식하기에 최적의 환경인 셈이다.

코로나19에 속수무책인 함정의 취약성은 지난해 3월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호 사태에서 여실히 증명됐다. 당시 3명으로 시작된 선내 확진은 전체 승조원의 4분의 1인 1,300명이 감염되는 대참사로 이어졌다.

문무대왕함 승조원들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것도 뼈아픈 대목이다. 합참에 따르면 해외파병 장병 1,300여 명 중 960명(72.6%)이 백신을 맞았다. 하지만 청해부대는 해외파병 장병 우선 접종이 시작된 3월 직전 출항해 백신에 기대를 걸 형편이 아니었다.

급유수송기 급파... 조기 임무 교대 관측도

공군 공중급유수송기(KC-330)가 지난달 2일 부산 김해공군기지에서 이륙해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군 공중급유수송기(KC-330)가 지난달 2일 부산 김해공군기지에서 이륙해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감염 확산 방지에 초점을 맞춘 신속 대책을 강구 중이다. 우선 이날 문재인 대통령 지시에 따라 조만간 의료진과 치료 장비를 실은 공중급유수송기가 현지에 급파된다. 군 당국은 전수 검사를 실시한 뒤 수송기에 환자와 유증상자들을 태워 급거 귀국시킬 방침이다. 외교부도 주재국 정부와 확진자 치료 및 수송 절차 협의에 나서는 등 측면 지원에 돌입했다.

군 관계자는 “전수조사 완료까지 하루이틀 정도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결과, 추가 감염이 대거 확인될 경우 임무 조기 교대 가능성도 점쳐진다. 청해부대 35진은 이미 승조원 백신 접종까지 마치고 임무를 인계받기 위해 지난달 출항했다.

조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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