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해야 할 예술 수집가, 주걸륜?
공연 수익으로 작품 구입... "바스키아 작품서 순수 찾아"
저우제룬(周杰倫·주걸륜·42)은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2008) 감독 겸 배우로 국내에도 친숙한 중화권 스타다. 미국 블록버스터 영화 '그린 호넷'(2011)의 주연도 꿰찬 아시아 스타는 히트곡도 여럿이다. '싱칭(星晴)'과 '다오샹(稻香)'을 비롯해 중국 교과서에 실린 '워니우(?牛)' 등으로 2000년대 중화권에서 '국민 가수'로 통했다.
"미술 선생님인 어머니 덕에..."
연예계 팔방미인인 그는 요즘 미술에 푹 빠져 있다. 그의 집은 작은 미술관이다. 그는 유리로 만든 액자형 공간을 거실 벽에 따로 만들어 미국의 유명 화가인 장 미셸 바스키아의 그림을 걸어뒀다. 저우제룬은 어려서부터 그림을 좋아했다. 한석봉 어머니 같은 그의 어머니 예술 교육의 덕이 컸다.
"어머니가 미술 선생님이었어요. 어릴 적엔 어머니가 그림을 그리면 전 옆에서 피아노를 연주했죠. 아름다운 추억이에요. 그때 어머니는 항상 예술가들에 대해 말씀해주셨죠. 아직도 그림을 그리시죠. 제가 가장 사랑하는 예술가이기도 하고요." 최근 서면으로 만난 저우제룬의 말이다.
바스키아를 좋아하는 이유
세계 남자 가수 중 공연 티켓 매출이 일곱 번째(9,300만 달러·2019)로 많은 가수로 성장한 저우제룬은 공연 수익 대부분을 그림 구입에 쓴다고 한다. 제일 좋아하는 작가는 바스키아(1960~1988). 저우제룬은 늘 자신의 몸보다 치수가 큰 옷을 입는 작가의 습관부터 작품 속 그의 인장 같은 '왕관'의 의미도 꿰고 있었다. 바스키아는 모두 자신만의 것을 가져야 한다는 뜻에서 캔버스 곳곳에 왕관을 그려 넣었다. 저우제룬이 바스키아를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순수한 창작가라 생각하기 때문이죠. 어떤 상업적인 행위도 없으며, 아카데믹한 느낌도 없고요. 그의 작품엔 어린아이의 마음이 느껴져요. 꾸밈없는 감정 표현을 솔직하게 담았죠."
늘 화려한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 서는 저우제룬은 일상에서 바스키아 작품을 옆에 두고 그의 민 얼굴을 본다. 그림을 통한 잃어버린 순수의 회복, 저우제룬이 그림을 수집하는 이유다.
시작은 '엉망진창'이었다. 몇 년 전, 저우제룬은 그의 아내와 함께 간 프랑스 파리에서 흥미로워 보이는 그림과 골동품을 샀다. 친구의 반응은 싸늘했다. "그건 관광객들한테나 파는 거야."
시행착오를 겪은 뒤 저우제룬의 안목에도 살이 붙었다. 그는 어느덧 미술시장에서 소문난 수집가로 통했다. K팝 스타인 지드래곤과 함께 미국 유명 미술지 아트뉴스가 선정한 '주목해야 할 미술 컬렉터 50인'에 뽑혔다. 그런 그는 지난달 홍콩 소더비 경매의 얼굴 즉 홍보대사로 행사를 빛냈다. 그는 피아노도 전시했다. '말할 수 없는 비밀'에서 사용한 피아노였다. 영화처럼 옛 시간으로 돌아가 작가의 시대에서 그들의 작품을 관객들이 느껴보길 바라는 바람에서 설치했다.
"관객분들이 예술에 대해 탐색해보길 기대했어요. 대중과 예술의 거리가 좁혀지길 바라면서요. 홍콩에서 소더비 프리뷰 전시회를 하면서 공간 디자인에 제 생각을 많이 담았죠."
요즘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는 주식 대신 예술품으로 재테크를 한다. 세계 최대 아트페어 주관사인 아트바젤이 낸 '2021 아트마켓 보고서'를 보면, 100만 달러(11억 원) 이상 자산가 컬렉터 2,596명 중 56%가 20~30대다. 투자 연령이 낮아지고 저변은 넓어졌지만, 아직도 예술품 구입엔 경제적 부담이 따른다. 예술이 누군가의 일상이 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례도 있다. 저우제룬도 잘 알고 있었다.
"사람마다 상황이 다르겠죠. 비싼 예술품이 꼭 가장 좋은 것은 아닐 수도 있어요. 예술품의 가치는 단순히 가격으로 정해지는 게 아니니까요. 집에 우리 아이의 그림을 걸어놨어요. 티셔츠에 딸의 그림을 프린트한 적도 있고요. 제겐 이런 것들이 훌륭한 작품이에요. 내 평생의 소장품이고요."
이우환 작가 전시의 전율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는 사진을 여럿 올렸다. 아버지를 닮아서일까. 두 아이도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단다.
"아마 제 영향을 받았겠죠? 소더비 전시에서 바스키아의 그림 앞에 앉아 있었는데, 딸이 그 사진을 그림으로 그려줬어요."
저우제룬은 한국 미술에도 관심이 많다. 2년 전 중국에서 이우환 작가의 전시회를 찾기도 했다. 그는 "매우 인상적이었다"며 "이번 소더비 전시회에선 한국 디자인 컴퍼니 에이스트릭트의 '워터폴-샌즈'란 작품을 봤는데 충격적이었다"고 했다.
그는 10여 년 전 아시아웨이브 즉 아시아 문화의 해외 진출의 선봉에 서왔다. 넷플릭스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세계 곳곳을 친구들과 누비기도 했다.
"한국에 가고 싶었는데 못 갔어요. 다음에 촬영을 한다면 꼭 한국에 가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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