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황준원(38)씨는 최근 미국의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에 가입했다가 며칠 뒤 바로 해지했다. 로블록스는 온라인 가상세계에서 레고 모양의 아바타로 다른 사람과 게임을 즐기거나 소통할 수 있는 메타버스 업종의 대표주자다. 그는 "요즘 주변에서 메타버스가 뜬다고 난리이기도 하고 초등학생 아들이 좋아해서 한 번 해봤는데 솔직히 이걸 왜 하지 싶은 생각이 들었다"며 "메타버스가 기술 수준에 비해 너무 고평가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전했다.
최근 3차원(3D) 가상세계인 메타버스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지만 한편에선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일상화된 '집콕' 속에 메타버스가 미래 산업으로 급부상했지만, 아직까진 인터넷 게임 등을 포함한 일부 영역에서만 주로 활용되고 있어서다. 메타버스가 인터넷과 모바일의 뒤를 잇는 차세대 플랫폼으로 거듭나기엔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메타버스 기술의 역기능에 대한 우려가 높다. 사생활 침해가 대표적이다. 이용자는 가상세계인 메타버스에서 익명의 아바타로 생활하는데, 이 과정에서 경험시간이나 교류 상대방, 대화내용, 아바타 아이템 등의 개인 정보들이 운영자에게 수집된다. 이진규 네이버 개인정보보호책임자는 최근 보고서에서 "메타버스에선 제3의 존재가 특정 개인의 생활을 입체적으로 관찰해 그의 프로파일을 재구성할 수 있다"며 "이 경우 현실의 신체 반응까지 수집돼 마케팅 등에 이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메타버스 주이용자인 10대들이 각종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현재 메타버스의 경우엔, 가입만 하고 접속한 이후부턴 이용 과정에서 나이 제약이 없다. 예를 들어 가상세계 경험과 몰입을 키워드로 한 메타버스에선 아동들만 국한시켜 사생활 보호에 나서긴 어려운 형편이다. 실제 네이버의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에선 익명의 이용자가 아동에게 제기한 성희롱 발언 등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제페토의 가입자는 2억 명에 달한다. 로블록스에서도 유해 게임으로 논란이 됐지만, 현실적으로 이에 대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기란 쉽지 않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메타버스는 대세로 자리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첫 출시 당시엔 낯설게 다가왔던 스마트폰이 대중 속으로 스며든 사례처럼, 메타버스도 이른 시간 내에 일상생활 속에 자리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 때문에 향후 메타버스를 둘러싸고 빚어질 수 있는 세대 간 기술격차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첨단 기기 사용이 익숙지 않은 고령층들은 특히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큰데, 이 경우 기술 발전이 심리적인 압박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지적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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