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언유착' 의혹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후배 백모 기자에게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정치공방 끝에 검찰수사로 이어진 사건에 대한 사법부의 첫 판단이다.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남아 있지만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 전 기자는 신라젠 대주주 이철(수감 중)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에게 5차례 편지를 보내 가족 수사 가능성을 언급하며,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리를 제보하라고 압박한 혐의를 받았다. 작년 7월 그를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기소한 검찰은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홍창우 부장판사는 16일 “이철씨에게 구체적인 해악을 고지하며 강요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문제의 편지는 취재정보를 제공하면 선처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것이어서 처벌할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작년 3월 MBC가 첫 보도한 이 사건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최측근 한동훈 검사장이 공모한 의혹까지 더해져 정치적 공방이 뜨거웠다. 검찰은 수사를 놓고 의견이 갈려 내분 양상까지 드러냈다. 그런 논란 끝에 검찰은 정작 공소장에 검언유착 의혹은 한 줄도 못 넣고 이 전 기자만 기소했는데 이마저 무죄가 선고된 것이다.
이번 판결로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를 계속할 명분은 약해졌다. 한 검사장을 비호했다는 지적을 받은 윤 전 총장도 정치적 부담이 줄어들었다.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은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윤 전 총장을 수사지휘에서 배제했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치영역에서 공방할 사안을 사법기관에 넘겨 의혹을 키우는 정치의 사법화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의혹 공방이 난무하는 지금은 더욱 그렇다. 검찰도 무리한 수사로 더는 정치 공방에 휩쓸려선 안 된다.
무죄가 선고됐지만 이 전 기자의 행동이 취재윤리를 위반한 점은 분명하다. 홍 부장판사가 무죄 선고가 잘못을 정당화하거나 면죄부를 주는 게 아니라고 강조한 점을 언론은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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