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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 코로나 프리' 방심이 참사 불렀다"... 청해부대 확진 68명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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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 코로나 프리' 방심이 참사 불렀다"... 청해부대 확진 68명 급증

입력
2021.07.18 19:4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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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의 1 검사 결과... 최종 200명 육박할 수도
軍, 공중수송기 급파, 이르면 22일 귀국 예정

코로나19 집단감염이 확인된 청해부대 34진 승조원들을 데려올 공군 공중급유수송기(KC-330)가 18일 오후 부산 김해공항에서 이륙하고 있다. 김해=연합뉴스

코로나19 집단감염이 확인된 청해부대 34진 승조원들을 데려올 공군 공중급유수송기(KC-330)가 18일 오후 부산 김해공항에서 이륙하고 있다. 김해=연합뉴스

대규모 ‘함정 집단감염’ 우려는 결국 현실이 됐다. 아프리카 해역에 파병된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4,400톤급)에서 부대원 68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첫 환자 발생 사흘 만이다. 이것도 전체 부대원(300여 명) 3분의 1만 조사한 결과다. 전수조사가 완료되면 감염자는 세 자릿수, 최대 200명에 육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군 당국은 18일 오후 공군 수송기를 현지로 급파해 부대원 전원을 복귀시키는 신속 작전에 착수했다. 하지만 외부 접촉이 제한적인 파병 함정의 근무 특성만 믿고 사실상 방역에 손을 놨다가 참사를 초래한 군 당국의 허술한 감염병 위기관리 능력은 두고두고 비판을 받을 전망이다.

파병부대 감염병 예방 매뉴얼도 없어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기준 문무대왕함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전날(7명)보다 무려 61명 늘어난 68명으로 집계됐다. 유전자증폭(PCR) 검사 결과가 먼저 나온 101명(음성 33명) 상태만 반영된 것이다. 아직 나머지 200여 명의 검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이미 전체 승조원 5분의 1이 넘게 감염된 셈이다. 산술적으로 총 확진자가 200명에 이를 것이란 계산이 나온다. 동일집단 내 감염률이 70%에 달하는, 유례가 없는 최악의 집단감염 사태다. 여기에 현지 병원에 입원한 환자도 폐렴 의심 증세를 보이는 3명을 포함, 15명으로 늘었다. 중증 환자 역시 3명이나 돼 만에 하나 사망자가 발생할 우려도 적지 않다.

군 안팎에선 파병 함정의 특수성을 감안해도 당국이 최악의 시나리오를 너무 가볍게 봤다는 질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청해부대는 함정 자체가 하나의 부대를 이루고, 활동 공간도 주로 해상이다. 외부와 접촉할 여지가 많지 않아 바이러스에 노출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밀폐된 환경이란 장점은 거꾸로 한 명만 코로나19에 걸려도 삽시간에 부대 전체를 감염시키는, 강력한 전염 무기로 둔갑할 수 있다. 실제 문무대왕함도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일까지 군수물자 적재를 위해 육상에 정박한 뒤 의심환자가 급격히 늘었다. 일말의 감염 가능성을 아예 도외시하다 화를 자초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군 당국은 문무대왕함이 3월 파병 장병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기 전 출항(2월)해 사전 대응이 여의치 않았고, 초저온냉동고 등 배 안에 백신 보관 시설 마련도 불가능했다고 항변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군은 청해부대 작전 구역인 중동ㆍ아프리카 해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하는데도 6개월 동안 부대원 보호를 위한 추가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다. 한 예비역 해군 장교는 “출항 뒤에라도 정부 차원의 의지만 있었다면, 청해부대원들에게 백신을 맞게 할 방법을 얼마든지 찾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원을 더 거슬러 올라가면 해외 파병 장병을 위한 감염병 예방 대책조차 전무했다. 파병 군인들의 백신 접종을 강제할 근거 자체가 없었다는 얘기다. 합참은 ‘해외 파병부대 우발사태 지침서’를 운용하고 있다. 현지에서 무력충돌이 발생할 경우 대처 방안과 우방국 협조 체계, 재외국민 보호 등에 관한 매뉴얼이 담겨 있다. 반면 감염병이 창궐했을 때 대응 수칙은 구비되지 않아 그때그때 땜질 처방으로 일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軍, 신속 후송 '오아시스 작전' 돌입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청해부대 문무대왕함. 연합뉴스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청해부대 문무대왕함. 연합뉴스

국방부는 사후 처리만큼은 자신하는 눈치다. 공군 공중급유수송기(KC-330) 2대가 이날 오후 4시 김해국제공항을 떠나 현지로 향했다. 특수임무단은 청해부대원들을 대신해 문무대왕함을 한국으로 끌고 올 해군 교체 병력 148명, 공군 39명, 의료 인력 13명 등으로 꾸려졌다. 안전한 후송의 바람을 담아 ‘오아시스’라는 작전명도 붙여졌다. 지원 인력 전원이 백신 접종을 마쳤고, 산소통 등 의료장비와 물자도 충분히 확보했다고 국방부는 강조한다. 작전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22일쯤 부대원들을 싣고 한국에 도착한다. 군 관계자는 “문무대왕함 교체 투입 장병들은 대부분 청해부대 파견 경험이 있다”면서 작전 성공을 조심스럽게 낙관했다. 귀환까지는 40여 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조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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