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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소비자를 두려워했다

입력
2021.07.21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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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1 오길비의 철학

오길비의 51년 해서웨이 셔츠 광고. @ogilvy 페이스북

오길비의 51년 해서웨이 셔츠 광고. @ogilvy 페이스북

1951년 미국 메인주의 작은 셔츠업체 'CF 해서웨이(Hathaway)'사가 창업한 지 불과 3년 된 무명 광고 회사에 첫 기업광고를 의뢰했다. 저명 브랜드들과의 경쟁을 선포하는 그 광고의 총 예산은 3만 달러였다. 광고 회사는 광고비를 적게 받는 대신 어떤 광고를 하든 에이전시 계약을 철회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모델 사진촬영 당일 광고 회사 대표는 약국에 들러 50센트짜리 검은 안대를 구입해 셔츠 차림의 모델에게 착용하게 했다. 검은 안대는 근사한 저택 거실에서 멋진 셔츠를 입은 신사의 이미지에 신비로움을 입혔다. 그 광고는 뻔한 셔츠 광고시장에 파란을 일으켰고, 오늘날 명품 브랜드로 자리 잡은 해서웨이의 도전적 이미지로 자리 잡았다. 그 광고업체 대표가 '광고의 아버지' 혹은 마술사라 불리는 데이비드 오길비(David Ogilvy, 1911.6.23~ 1999.7.21)였다.

영국 옥스퍼드대를 중퇴하고 런던의 한 광고 회사에 취직해 광고의 매력에 빠져든 그는 1938년 미국 지사로 발령받은 지 1년 만에 사표를 내고 조지 갤럽의 사회조사연구소에 취직했다. 광고가 단순한 이미지에 호소하는 시대를 넘어 고객의 수요와 선호도 조사에 기반해야 한다는 걸 깨달은 뒤의 선택이었다. 2차대전 영국 정보원으로, 전후 주미 대사관 2등 참사관으로 일한 그는 1948년 가진 돈 6,000달러를 털어 광고 회사를 설립했다.

창업 후 그는 대형 스토브 광고에 마네의 그림 '풀밭 위의 식사'를 패러디해 쓰는 등 기발한 창의로 주목받았다. 1959년 명품 자동차 회사 롤스로이스 광고 카피로 오길비는 "한 시간 60마일을 달리는 동안 당신을 괴롭힐 가장 큰 소음은 전자시계 소리일 것"이라 썼다.

그는 광고를 수주하면 그 회사 주식을 사고 그 회사 제품만 썼고, 제품이 기대에 못 미치면 광고 계약을 먼저 철회하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진실인진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소비자가 그렇게 믿게 했다. 그는 '소비자는 우리만큼 영민하다'는 말을 습관처럼 했다고 한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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