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19일 해군본부 검찰단장인 고민숙 대령을 특임 군검사로 임명,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사망 사건을 맡겼다. 창군 이래 특임 군검사는 이번이 처음으로 국방 당국이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수사 의지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 특임 군검사는 초동 부실수사와 지휘라인의 축소·은폐 의혹 등을 철저히 규명하여 군 안팎의 기대에 부응하기 바란다.
국방부 합수단의 수사 결과 발표로 공군 이모 중사가 성추행을 당한 뒤 2차 가해 속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의 전말이 드러났고 가해자들에 대한 사법 조치도 일단락됐다. 하지만 당초 단순 사망 사건으로 축소·은폐하고 부실수사로 혼선을 초래한 책임자는 수사선상에서 사라졌다. 특히 합수단은 성추행 피해자 지원 임무를 내팽개치고 법무실 소속 군검사의 초동 부실수사를 외면한 채 공군참모총장에게 보고조차 누락한 전익수 공군 법무실장을 피의자로 입건하지 않았다. 합수단의 주축이던 국방부 검찰단이 전 실장을 뒤늦게 피의자로 입건했지만 군 검찰에 공정한 수사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특임 군검사는 우선적으로 공군 검찰을 총괄하는 법무실 수장의 초동 부실수사에 초점을 맞추고 축소·은폐 의혹을 규명해야 할 것이다. 공군 검찰단의 상급부대인 국방부 검찰단의 연루 여부 및 공군 군사경찰의 국방부 조사본부 보고 누락 의혹 등도 규명 대상이다. 성추행 사건 이후 보고·조치의 지휘계통이 무너진 정황이 드러난 만큼 이번 사건에 책임을 지고 옷을 벗은 이성용 전 공군 참모총장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민간 검찰이나 군 검찰이나 특임 검사의 생명은 독립성이다. 민감 특임 검사의 경우 검찰총장의 지휘를 받지 않고 결과만 총장에게 보고하면 된다. 반면 특임 군검사는 직제상 국방부 검찰단 소속이라 독립적 수사가 의심받을 수 있는 구조다. 국방 당국이 이번 사건에서 한 점 의혹 없는 수사 결과를 내놓으려면 특임 군검사에게 최대한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수사권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지휘구조부터 바꿔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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