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이라는 이유로 배송불가 상품 수두룩
제주형 공유물류 플랫폼 구축사업 추진
배송지 육지거점센터로 설정해 택배 이용
제주에 거주하는 주부 양모(48)씨는 코로나19 때문에 최근 다니던 헬스클럽을 그만두고, 러닝머신 한 대를 집에 들이기로 했다. 양씨는 온라인 쇼핑몰을 전부 뒤졌지만 끝내 사지 못했다. 마음에 드는 물건의 재고가 없어서가 아니었다. ‘제주도에 사는 죄’ 때문이었다. 업체들은 하나같이 ‘제주도라서 배송이 안 된다’고 했다. 양씨는 “육지보다 몇 배 비싼 배송료에 시간도 더 걸리는 현실이 못마땅한데, 그보다 더 억울한 것은 부피가 큰 운동기구나 가구는 아예 배송이 안 되는 점”이라고 말했다.
택배가 기본권으로까지 거론되는 요즘, 양씨처럼 제주도에 거주한다는 이유로 차별 아닌 차별을 받는 소비자가 내년부턴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가 국토교통부 지원을 받아 ‘제주형 공유물류 플랫폼’ 구축 사업에 나서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19일 “최근 국토교통부 디지털 물류실증단지 조성 사업에 제주형 공유물류 플랫폼 구축 계획이 최종 선정됐다”며 “이달 중 사업자 공고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육지 쇼핑몰’에서 물건을 주문할 때 배송지를 제주도의 자택 주소 대신 입력할 수 있는 육지의 ‘공용 주소지’가 조성되는 셈이다.
계획대로 일이 추진될 경우 연말 또는 내년 초 선보이게 될 서비스는 일종의 배송대행 서비스. 해외 쇼핑몰에서 물건을 구입할 때 한국 주소를 입력해서 물건을 배송받을 수 없어 배송대행지(배대지)를 경유해 국내로 들여오는 것처럼 제주도민을 위한 ‘육지 배대지’를 설치하는 사업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서비스가 시작되면 도민들도 그간 배송이 불가해 구입할 수 없었던 가구와 러닝머신 등 덩치 큰 물건을 집에서 주문해 편하게 받을 수 있게 된다”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온라인 쇼핑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업은 디지털 기반 물류정보 사이트를 통해 수요자와 생산자, 운송기사, 창고업자, 운송사업자 간 정보를 공유하고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으로, 서비스 이용 방식은 현행 해외 직구 배대지 이용 방식과 비슷하다.
제주도 소비자가 그동안 ‘배송불가 상품’이던 가구를 주문할 때 공유물류 앱에 배송지 주소를 자신이 실제 거주하는 집 주소가 아닌 육지거점센터로 설정한다. 육지거점센터로 배송된 물품은 선박 등을 통해 제주거점센터로 운송되고, 제주에 도착한 물건은 제주거점센터에서 일반 택배처럼 주문 가정으로 배달된다. 제주도 관계자는 “더 빨리 물건을 받아보고 싶거나 제주거점센터에서 가까운 곳에 거주하는 소비자라면 직업 센터를 방문, 자신이 주문한 상품을 찾아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비스 요금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제주도는 이번 공유물류 앱(공유물류 플랫폼)을 활용, 도내 소규모 농가나 제조업체가 생산한 상품이나 산물을 한데 묶고 인근 지역 물품들까지 취합해, 육지로 공동 배송하는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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