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2021년에 열리는 '2020 도쿄올림픽' 현장에 파견되는 취재기자가 재난 상황에서 겪는 생생한 취재기를 전달합니다.
20일 오전 9시 간단한 아침 업무를 마친 뒤 일본 도쿄도 신주쿠구의 호텔을 나서 편의점으로 향했다. 호텔 내 식당에서 조식도 가능하지만, 아침 식사를 과하게 하는 편이 아닌지라 편의점에서 데워 가져 올 수 있는 간편식과 캔커피를 택했다. 같은 호텔에 묵는 국내 타사 동료 기자들과 마주칠 때면 이곳의 방역지침이나 개막식 관련 정보를 나누고, 편의점 음식 중 뭐가 맛있었는지 등 사소한 안부 정도를 묻는다. 객실에서 식사를 한 뒤엔 호텔 내 카페에 자리를 잡고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놀랍게도 이 모습은 일본 입국 후 3박4일간 진행되는 자가격리 기간에, 일본 정부와 조직위원회가 내놓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전부 지키며 누린 일상이다. 기본적으로 일본에서의 자가격리는 활동 반경 및 몸 상태를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자율적으로 보고하고, 타액 채취를 통한 음성 확인만 지속적으로 이뤄진다면 격리 의무가 어느 정도 이행되는 셈이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격리 대상자에게 음식을 배송해주고, 집 밖으로 나갔을 땐 처벌까지 받을 수 있는 국내 실정과는 크게 다른 모습이다.
불과 출국 한 달 전만 해도 자가격리에 대한 부담이 컸다. 취재진이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더라도 조직위가 지정한 호텔에서 3박4일간 격리해야 한다는 지침이 막연한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상대적으로 비좁은 일본 호텔에서, 불확실한 소통으로 사실상 감금에 가까운 생활을 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개막이 다가오면서 상대적으로 허술한 일본 내 격리의 ‘실체’를 파악하고 나니 우려가 조금은 가셨지만, 답답함에 대한 우려가 줄어든 만큼 감염 위험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묘한 감정이다.
실제 이 곳에서 편의점 외출은 사실상 자유롭다. 고령의 감시 요원이 취재진의 호텔 입구에서 객실 번호와 나가는 시각을 적으라고 할 뿐, 그 시각부터 15분 안에만 들어온다면 어딜 다녀왔는지 뭘 사왔는지 묻거나 따지지 않는다. 꼭 편의점이 아니더라도 숙소 인근 맥도날드나 스타벅스, 회전초밥 가게를 간다고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일단 국내 취재진들은 스스로 감염 위험을 낮추고자 편의점 외 장소에 찾아가는 걸 삼가는 모습이다. 오전엔 패밀리마트, 오후엔 세븐일레븐을 가보는 게 그나마 첫 날 허락된 외출의 소소한 재미랄까.
매일 제출하기로 돼 있는 코로나19 타액 검사 용기는 수거해가지 않는다. 국내 취재진 다수가 호텔과 조직위를 통해 격리 기간 내 제출 방법을 묻거나, “왜 안 가져가느냐”고 따지고 나서야 “담당자가 내일 가지러 갈 것”이란 답변이 돌아오는 식이다. 지정된 미디어 호텔마다 코로나19 검사 담당자를 한 명씩만 둬도 문제 없을 일이지만, 불안은 그저 취재진들 몫이다. 방역 수칙을 어기면 취재 자격을 박탈하거나 일본에서 추방할 수 있다고 줄곧 강조해 온 조직위의 으름장도 내내 신경 쓰인다.
호텔에서도 어처구니 없는 동선 안내가 취재진들의 불만을 사기도 했다. 호텔 로비에서부터 붉은 표시선을 바닥에 붙여가며 “입국 후 최초 14일은 지정된 엘리베이터 두 기를 이용하라”고 안내해놨지만, 지정 엘리베이터쪽 버튼을 누르면 반대편 엘리베이터(입국 14일 이후 투숙객이 사용) 문이 열릴 때도 많다. 닫힌 뒤 다시 누르면 또 반대편이 열린다. 동선을 ‘분리한 척’만 한 셈이다. 느슨한 방역지침에 몸은 자유로운 편이지만, 이날까지 올림픽 관련 확진자가 50명을 넘긴 이유가 어느 정도 보이는 터라 불안은 커지는, 참 희한한 격리생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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