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서 이재명 겨냥한 '군필 원팀' 논란 벌어져
대선 마다 후보와 가족 군 복무 여부 민감한 이슈
이명박 대통령 "군 통수권자가 미필" 비판 받기도
미 대통령도 '군필 논란'...점점 중요도 줄어들어
'군필 원팀'. 지난주 더불어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 퍼져나간 포스터다. 이재명 경기지사와 여성 후보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제외하고 민주당 경선에 참여한 4인을 내세운 홍보물이다.
포스터에 등장한 김두관 의원, 정세균 전 총리 등이 다급히 자신을 빼 달라며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군필 대통령을 바라는 게 그렇게 나쁜 일이냐"라는 항변도 나왔고, 포스터 제작자를 자처한 네티즌은 급기야 "순수한 의도를 왜곡했다"며 두 후보자에게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현재 내년 대선 주자 가운데 유력 후보군으로 꼽히는 이재명 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모두 군 면제 판정을 받았다. 군필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것도 처음이 아니다.
두 후보와 마찬가지로 정치인들은 늘 '병역 검증' 이슈를 겪어야 한다. 병역 면제 판정을 받았던 이명박 전 대통령과, 병역 의무와 전혀 상관없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도 '군필'이란 자격을 갖추지 않았다는 이유로 입길에 올랐다.
'미필'은 '군 통수권자'의 약점?
과거 대선을 보면, 우리나라에서 병역 의무가 있었으나 군 면제 판정을 받은 정치인 가운데 지금까지 대통령을 지낸 인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까지는 병역 의무와 관계가 없었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군필자다.
이 전 대통령은 기관지 확장증으로 인해 병역이 면제됐다.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에 입대까진 했지만 검사 결과 이 질병이 발견돼 퇴소 처분을 받았다는 얘기다. 이 전 대통령은 시비가 일자 "오해를 받아 안타깝다. 군대를 갈 수 있었으면 갔다"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된 후에도 '미필'은 이 전 대통령의 약점이었다. 2010년 북한이 천안함을 침몰시키고 연평도를 포격했을 때 청와대 지하벙커 회의에 참석한 이 전 대통령과 주요 장관 가운데 대부분이 군 미필자라는 점을 꼬집는 글이 인터넷에 돌아다녔다.
박지원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현 국가정보원장)는 "병역미필 정권이 언제까지 허울 좋은 안보를 내세울 것인지 정권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군역 의무가 없었기에 당연히 '미필 시비'도 없었다. 하지만 '여성 대통령'이라는 점이 보완되기 위해 총리는 군 복무 경험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심지어 여당 인사의 입에서 나올 정도였다.
김종태 당시 새누리당 의원은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나온 만큼 이를 보좌하는 총리는 군 복무 경험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안보 문제 등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대 형성도 훨씬 수월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회의원 면제율 약 20%, 총리는 12명 중 6명이 면제
병무청은 공직자와 국회의원의 병역 사항을 1999년부터 공개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총선이 마무리되고 나면 국회의원의 병역 사항을 통계 내 발표하고 있다.
17대부터 21대까지 징집 대상이던 국회의원 가운데 면제자 비율은 24.2%, 18.2%, 18.6%, 16.5%, 19.4%다. 이는 비슷한 연령대 일반 국민의 면제율(24.1%)보다는 대체로 낮은 편이다.
21대 국회의원 가운데 병역 면제의 주요 사유를 보면 질병 면제(38.3%)보다 형벌을 받아 면제(59.6%)된 비중이 높은데, 대개는 과거 민주화운동 등을 하다 투옥된 경우다. 복무를 한 의원 195명(80.6%) 가운데 현역 복무자는 140명, 보충역 복무자는 55명이었다.
임명직이지만 인사청문회 검증을 거치는 국무총리의 경우, 최근 총리로 임명된 12명 가운데 6명이 군 면제였고 1명은 보충역으로 복무했다.
현재 여권 대선후보인 이낙연·정세균 전 총리는 현역 복무자이고 김부겸 현 총리는 1980년 계엄령 위반 등으로 징역을 살아 병역 면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권한대행을 맡은 황교안 전 총리는 만성 담마진으로 병역 면제 판정을 받았다.
내년 3월 대권을 노리는 예비 후보들은?
이번에 '미필 공격'을 당한 이재명 지사는 성남시장 선거 때부터 상대 후보가 병역 미필이란 점을 부각시키자 휘어진 팔을 공개했다. 팔의 장애는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집안이 가난해 공장에서 일하다 프레스기에 눌리는 사고를 당해 생긴 것이다.
이 지사는 이번 사건에 대해 "서글픈 얘기"라고 했다. 부정이 있거나 의도한 미필이 아니라는 뜻이지만 결국 "군필이지 못해 아쉽다"는 뜻도 담고 있다.
윤석열 전 총장은 양 눈의 굴절도가 다른 부동시(不同視) 때문에 병역이 면제됐다. 부동시는 시력차와 시각장애를 유발하고 이를 교정하기 위해 안경을 써도 쉬이 피로해진다.
2019년 7월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당시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 등이 "시력을 증명하는 자료를 제출하라"며 공세를 펴자 당시 윤 총장 후보자가 직접 검사를 받고 자료를 제출하기도 했다.
김동연 전 부총리는 미필은 아니지만 시력 때문에 보충역 판정을 받았다. 그 역시 2017년 인사청문회 때 시력 검사 결과 조작 의혹이 제기됐으나, 군의관에 의한 정밀 검사를 받아 중등도 근시 판정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저체중과 근시 등으로 인해 방위병으로 근무했다. 그는 자서전에서 "방위 출신이라는 게 미안하고 창피했다"고 회고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도 시달린 군필 논란
미국에서도 대통령의 군 복무 여부는 종종 논란거리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전인 1940년부터 베트남 전쟁이 마무리된 1973년까지 평시 징병제를 유지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베트남 전쟁 시기에 반전 운동을 벌이는 한편 학군장교(ROTC) 복무 프로그램에 응시하려다가 뒤늦게 접고 징집 명단에 등록했다. 이 때문에 그가 출마한 1992년 대선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그가 의도적으로 징집을 회피하려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계속됐다.
클린턴 전 대통령 후임인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공군 주방위군 장교로 복무한 적이 있다. 다만 실제 전투에 참여한 적은 없으며, 복무 기간 부친의 정치적 위상 때문에 특별 대우를 받았다는 논란이 일었다. 조지 W. 부시는 2001~2009년 미국의 제43대 대통령을 지냈으며, 아버지 조지 부시는 1989~1993년 41대 대통령으로 재직했다.
이후 2008년 버락 오바마, 2016년 도널드 트럼프, 2020년 조 바이든까지 내리 대통령 세 명이 군에 복무한 적이 없다. 2012년 공화당 대선후보인 밋 롬니와 2016년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 역시 군과 무관했기 때문에 최근 세 번의 미국 대선에 출마했던 민주·공화 양당 대통령 후보 모두 군 경험이 없었다.
군 경험 없는 대통령, 징집 폐지 영향...자연스러운 현상
과거에 정치인과 유권자들은 군 복무 경험이 있는 인사일수록 군 문제를 잘 다룰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정치인들에게 군복무 경험은 고려 사항에서 멀어지고 있다.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가 집권했던 2014년에는 공화당 지지자일수록 '군인 출신 대통령'을 원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군 복무를 다섯 차례 이상 미룬 도널드 트럼프와 역시 군 경험이 없는 마이크 펜스가 공화당 소속으로 대통령과 부통령이 되면서 큰 의미가 없어졌다.
미국 의회에는 1970년대에는 상하원 의회 전체의 4분의 3이 군 경험이 있었지만 현재는 약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원인으론 2차 세계대전과 한국·베트남전 등 대규모 열전(hot war·실제 무력을 사용한 전쟁)을 겪은 세대가 사라지고, 한국과 달리 징병제가 폐지됐으며, 여성 정치인이 늘어났다는 점 등이 지목된다.
해군 출신 팟캐스트 운영자인 켄 하보는 '타임'지 기고에서 "군과 전투 경험이 있는 대통령은 필연적으로 전쟁에서 피해를 입는 사람들에 대한 공감이 있다"며 군 경험이 군 통수권자에게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미국은 민주주의 국가이고, 유권자들의 자연스러운 판단에 맡기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