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온 다습한 북태평양고기압과 고온 건조한 티베트고기압이 한반도 상공을 덮으면서 열기가 빠져나가지 못하는 ‘열돔(heat dome)’ 현상이 예보되고 있다.
기록적인 폭염 속 열 탈진ㆍ열사병 등 온열 질환에 노출될 위험이 커졌다. 특히 어린이와 고령인, 만성질환 환자는 가급적 한낮에는 외출을 삼가고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후텁지근하면 체온 더 올라가
몸은 바깥 온도에 영향을 크게 받아서 추우면 피부 온도가 내려가고 더우면 피부 온도가 올라가지만, 체온은 체온 조절 중추가 있어 항상 일정하게 유지된다.
바람이 불거나 공기가 건조하면 기온이 높아도 땀이 잘 증발하지만 바람이 없고 습도도 높은 후텁지근한 날에는 땀이 잘 증발하지 않아 더 덥게 느껴진다. 온열 질환은 이렇게 땀이 몸을 식혀줄 만큼 충분히 나지 않은 상태에서 체온이 올라갈 때 생긴다.
특히 어린이는 신진 대사율이 높아 열이 많고, 체중당 체표 면적 비율은 높아 고온에서 열 흡수율은 높고 땀은 잘 만들어지지 않아 열 배출이 더 어렵다. 생리적 적응 능력도 떨어져 어른보다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아 열에 더 취약하다.
정성훈 강동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어린이는 고온 환경에 노출되면 호흡이 빨라지고, 과도한 호흡으로 인해 이산화탄소가 과도하게 배출되기 쉽다”고 했다.
◇온열 질환 방치하다간 중중으로 악화
온열 질환을 별스럽지 않게 여겨 열을 방치하면 열 탈진ㆍ열사병 등 중증으로 악화할 수 있다.
열 탈진은 중심 체온이 37~40도로 높아지면서 힘이 없고 극심한 피로감을 느끼며, 땀을 많이 흘리고, 창백함, 근육 경련, 약한 의식 혼미, 중등도 탈수 증상을 보이는 것을 말한다.
열 탈진이 되면 전해질 불균형이 생기고, 일부는 열사병으로 진행되므로 열 탈진을 신속히 알아채는 것이 중요하다.
어린 자녀가 열 탈진 증상을 호소하면 즉시 활동을 중단하고 시원한 환경(자연 그늘, 냉방 차량, 에어컨이 설치된 건물)으로 옮겨야 한다. 시원한 공간에서 스포츠 음료 등 전해질 음료를 마시면 대부분 금방 회복할 수 있다.
열사병은 체온 조절 중추 능력을 넘어설 정도로 장시간 뜨거운 환경에 노출되면 몸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하는 것을 말한다. 열사병이 생기면 중심 체온이 40도 이상으로 상승하면서 발작, 정신 착란, 환각, 운동실조증, 구음 장애 또는 혼수 상태 같은 증상을 나타낸다.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호흡이 가팔라지며, 구토ㆍ설사도 동반될 수 있고, 심하면 목숨을 잃을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의식이 저하되면 재빨리 119에 신고해 병원 진료를 받도록 한다.
김명천 강동경희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온열 질환을 예방하려면 바깥 온도가 매우 높을 때는 야외 활동을 최대한 피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목이 마르지 않더라도 20∼30분마다 물을 충분히 마시고, 무더운 곳에서 활동하려면 시작 전에도 물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옷은 땀 흡수가 잘 되는 가볍고 밝은 색의 긴팔 옷을 입고, 햇볕에 나갈 때는 모자나 양산을 쓰는 것이 좋다.
특히 열사병이 의심되는 환자를 목격했다면 우선 환자를 그늘로 옮기고 119에 신고해야 한다. 물에 적신 얇은 천을 환자 몸에 덮어주고, 시원한 물을 마시게 한다. 의식이 없다면 기도로 넘어갈 수 있어 물을 먹이지 않는 것이 좋다.
김명천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로 인해 실내에서도 격렬한 운동을 하지 못하지만 실내 운동이라도 땀을 배출하지 못하면 중심 체온 상승으로 인한 열사병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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