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이산상봉 결의안' 연방하원 통과
정치색 옅은 대표 인도주의 협력 사업
北 호응하면 관계 개선 돌파구 가능성
“전쟁으로 헤어진 한국계 미국인과 북한 가족을 만나게 할 시간이 촉박하다.(영 김 하원의원)”
미국이 북한에 대표적 인도주의 협력 카드를 꺼내 들었다. 20일(현지시간) 미 연방하원이 ‘북미 이산가족 상봉’ 법안을 통과시킨 데 이어, 관련 결의안까지 가결한 것이다. 당국 차원의 북미관계 교착이 장기화하면서 북한이 인도적 협력 사업의 ‘정수’ 격인 미국의 이산가족 상봉 제안에 호응할지 주목된다.
이날 미 하원이 처리한 결의안은 전날 한국계 영 김 의원 등의 발의로 통과된 북미 이산가족 상봉 법안(H.R.826)의 연장선에 있다. 10만 명(2001년 기준) 정도로 추산되는 미국 국적의 이산가족도 북측 가족과 만나도록 주선하는 것이 골자다. 적십자와 협력해 이산가족 신원을 확인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산가족 상봉은 인권을 중시하는 조 바이든 행정부 기조와도 맞아떨어진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역시 지난달 “북미 이산가족 상봉 문제 해결을 위해 전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혀 결의안은 조만간 민주당이 우위인 상원 문턱도 넘을 게 확실하다.
이산가족 상봉은 국제 인도적 교류의 대표 사업으로 꼽힌다. 오랜 기간 생이별한 전쟁 피해자들의 아픔을 직접 보듬는다는 점에서 인간애를 가장 극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실제 이산가족 상봉이 경색된 남북관계의 숨통을 터주는 윤활유가 된 적도 있다. 2008년 금강산에서 발생한 남측 관광객 피격사건으로 단절되다시피 했던 양측 관계는 이듬해 10월 재개된 이산가족 상봉을 계기로 잠시 훈풍이 불었다.
현재 대화 재개 조건을 놓고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북미의 사정을 감안하면 비교적 정치색이 옅은 이산가족 상봉 제의는 북한의 구미를 당길 만한 확실한 카드다. 관건은 북한이 호응하느냐인데, 당분간은 성사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많다. 무엇보다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국경폐쇄 조치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대규모 인적 이동을 허용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크다.
덜컥 이산가족 상봉 선택지를 내민 미국의 속내를 파악해야 할 시간도 필요하다. 바이든 행정부는 연일 북한의 인권문제를 거론하며 대화와 압박 정책을 병행하고 있다. 북한 입장에선 미국이 이산가족 이슈를 인권과 결부시키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염두에 둬야 하는 것이다. 북한 외무성은 20일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인권이 서방의 불순한 정치적 목적 실현에 도용되는 것을 절대로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며 여전히 미국을 경계했다.
상봉 성사 여부는 북한의 자력갱생 실험 결과에 따라 판가름 날 전망이다. 올해 하반기까지 북한 스스로도 인정한 식량난을 돌파할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 북한 지도부가 먼저 북미 이산가족 상봉을 고리로 대북제재 해제를 위한 분위기를 조성할 가능성이 있다. 신범철 전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은 일단 자체 경제회생 방안에 매진하되, 돌파구가 끝내 보이지 않을 경우 밖으로 시선을 돌릴 것"이라며 “이산가족 상봉을 포함한 인도적 협력 안건이 포괄적으로 논의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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