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전속결로 국민의힘에 입당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일단 훈풍을 타고 정치권에 안착했다. 21일 페이스북을 개설하며 정치 보폭을 넓힌 데 이어 대선 출마선언 준비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확실한 대권 주자 반열에 오르기 위해선 해결할 과제가 많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추격해 양강 구도를 만드는 것이 가장 급한 과제다.
① 윤석열에 쏠린 보수 표심 흡수할 수 있을까
최 전 원장은 “나는 누군가의 대체재가 아니다. 나 자신으로 평가받고 싶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최근 윤 전 총장이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최 전 원장에게 거는 야권의 기대가 커지기 시작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정치인으로 변신한 이후 최 전 원장은 줄곧 윤 전 총장과 대비되는 행보를 해왔다. 빠른 입당 결단과 ‘전언 정치'를 최소화하려는 노력, 분노보단 통합에 방점을 찍은 메시지 등으로 최 전 원장은 차별화 효과를 누렸다.
그런데도 윤 전 총장의 독주는 굳건하다. 윤 전 총장의 지지율도 보합세다. 윤 전 총장에 쏠린 보수 표심이 균열·분산될 조짐이 아직 없다. 21일 TBS라디오에 출연한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최 전 원장의 지지율 상승을 “당 지지자 중 갈 곳을 제대로 못 찾고 있던 사람들의 표를 모으고 있는 상황”이라고만 분석했다. 최 전 원장이 보수진영의 '대세'가 되진 못했다는 뜻이다.
차별화만으론 한계가 분명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안정적이고 선한 최 전 원장의 모습도 좋지만, 윤 전 총장의 저돌적인 카리스마도 일부 차용해야 보수 지지층이 움직일 것”이라고 했다. 역대 대선에서 보수 표심은 '강한 리더십'을 선호했다.
② ‘정치9단’ 홍준표ㆍ유승민 벽도 높다
최 전 원장의 시선은 높은 곳을 향해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지율 수치로 보면, 윤 전 총장보다는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 유승민 전 의원과 같은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후발 그룹에서 치고 나가는 것이 눈앞의 과제인 셈이다.
대선 재수생인 홍 의원과 유 전 의원은 최 전 원장이 만만하게 제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홍 의원과 유 전 의원은 최 전 원장을 일단 지켜보는 중이다. 윤 전 총장에게 견제를 집중하고 있지만, 최 전 원장이 뜨기 시작하면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가을이 지나면 누가 문재인 정부보다 국정 운영을 더 잘할 수 있느냐로 초점이 맞춰지게 된다.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보다 불안감이 적은 유 전 의원이나 홍 의원이 더 주목받을 것”이라고 했다. 원 지사 역시 최 전 원장의 대권 경쟁자다.
③ 납득할 만한 ‘대선직행’ 명분 제시해야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감사원장의 대선 직행 논란’도 큰 산이다. 최 전 원장은 감사원장 임기를 약 6개월 남기고 사퇴하면서 “정치적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감사원장직을 수행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지만, 왜 스스로 정권교체의 주역이 돼야 하는가에 대해선 명쾌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이달 말로 점쳐지는 대선 출정식에서 납득할 만한 출마 명분을 제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여권은 최 전 원장의 출마를 두고 “반헌법적”이라며 맹공을 퍼붓고 있다. '헌법 정신'에 등 돌렸다는 논란을 잠재울 만큼의 능력과 비전을 조기에 보여주지 못하면, 지지율을 반등시킬 계기를 한동안 찾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최 전 원장 편에 서는 것을 주저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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