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왜 거기서 나와’(영탁), ‘니가 떠난 그날’(먼데이 키즈) 등 ‘네가’를 ‘니가’로 표현하는 노래 제목이나 가사가 많다. ‘니가’가 표준어형은 아니지만 ‘내가’와 ‘네가’의 발음이 구별되지 않다 보니 의미를 명확히 전달하기 위해 아예 ‘니가’로 바꾸어 표현하는 것 같다.
대명사 ‘내’와 ‘네’는 ‘나, 너’에 ‘ㅣ’가 결합한 형식이다. 15세기 국어에서 ‘내, 네’는 주격과 소유격으로 쓰였다. 주격과 소유격의 형태가 같았는데 대신 성조로 기능이 구별되었다. 17세기 무렵 주격조사 ‘가’가 등장하고 의미를 변별하던 성조가 사라지면서 ‘내, 네’에 다시 주격조사 ‘가’가 결합하여 ‘내가, 네가’로 쓰이게 되었다. 그러니까 ‘내가, 네가’는 주격조사가 두 번 결합한 셈이다.
‘내’는 안정적으로 형태를 유지하는 데 비해 ‘네’는 약간의 부침을 겪으며 형태 변화의 수순을 밟고 있다. 모음 애와 에가 발음상 구별이 어려워진 데다 ‘베개’를 ‘비개’로, ‘베다’를 ‘비다’로 발음하는 고모음화 현상이 생산적으로 일어나면서 ‘네’를 ‘니’로 발음하는 일이 흔해졌다. ‘니가’나 ‘니’가 이인칭대명사 ‘너, 네’의 일상어로 자리 잡은 듯하다.
요즘은 신문기사의 제목에서도 ‘네’를 ‘니’로 표현한 문구를 종종 확인할 수 있다. “니 차도 뒷바퀴 좌우로 움직이니? 자동차 업계 후륜조향 경쟁”, “집단감염 닥쳤는데 니탓 내탓, 청해부대 백신 미접종 두고 군-방역당국 입장차” 등. 이를 반영하여 '우리말샘' 사전에도 “‘네’를 구어적으로 이르는 말”로 표제어 ‘니’가 올라 있다. 그러나 아직은 ‘니가’로 말하더라도 ‘네가’로 쓰는 이중적 언어생활을 유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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