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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시설 ‘시드볼트’ 방송 탔는데... 산림청 “몰랐다” 발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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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가보안시설 ‘시드볼트’ 방송 탔는데... 산림청 “몰랐다” 발뺌

입력
2021.07.23 04:00
수정
2021.07.23 10:37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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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후폭풍
논란 일자 산하 관리기관에 경고
"관리 손놓고 책임 떠넘겨" 비판

tvN의 시드볼트 방송화면 캡처

tvN의 시드볼트 방송화면 캡처

기후변화, 전쟁, 핵폭발과 같은 지구적 재앙으로부터 유전자원 작물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씨앗 금고, ‘시드볼트(Seed Vault)’가 방송을 타 산림청이 발칵 뒤집혔다. 경북 봉화에 있는 ‘시드볼트’는 국가보안시설로, 국내외 야생식물종자를 영구적으로 저장한 세계 유일의 야생식물종자 저장시설이다.

22일 산림청과 산하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수목원관리원)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엔 시드볼트를 알리는 10분 분량의 방송이 나갔다. ‘지구 종말 대비 씨앗 저장고’란 제목으로 나간 영상엔 시드볼트 내부 구조는 물론, 저장고의 위치, 출입 경로까지 상세히 공개했다. 국가보안시설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였다.

산림청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테러 표적은 물론 출입 경로까지 세세하게 노출돼 마음만 먹으면 무단 침입도 가능하게 됐다”며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또 수목원관리원 주변의 한 관계자도 “시설 보안 유지를 위해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면서 한쪽에선 홍보에 열 올리다 일을 그르쳤다”며 “기관 본연의 역할을 포기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경북 봉화군 국립백두대간수목원 내 2016년 조성된 시드볼트엔 기후변화로 사라질 위기에 있는 국내외 야생식물종자 4,500여종 9만5,000만여 점이 저장돼 있다. 국가정보원은 2019년 이 시설을 국가 보안시설로 지정했다.

문제는 이 시설을 관리 감독하는 산림청이 이 같은 방송이 나간 사실을 몰랐다는 점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시드볼트를 홍보하려는 욕심에 시설보안은 등한시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우선 이번 촬영과 방송은 백두대간수목원이 보고나 승인 절차 없이 벌인 일”이라고 말했다. 수목원관리원 관계자도 “백두대간수목원이 관리원에 승인 요청도, 보고도 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벌인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는 관리 감독 소홀과 함께 책임 떠넘기기 행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2019년 보안시설로 지정된 이후에도 시드볼트 시설 내부 영상이 여러 방송을 통해 수 차례 송출됐는데, 당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이번 사태가 터진 만큼 산림청, 수목원관리원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산림청 관계자는 “앞선 시드볼트 관련 방송 사실을 알지 못했기에 조치를 못했다”고 해명했다.

산림청은 뒤늦게 무단침입, 테러 등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지난주 이 시설 관리 주체인 수목원관리원에 재발방지책을 마련토록 지시했다. 수목원관리원 산하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엔 기관경고 조치했다.

tvN의 시드볼트 방송화면 캡처

tvN의 시드볼트 방송화면 캡처


이종구 기자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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