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대선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연일 ‘보수진영 우군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입당 컨벤션효과(정치이벤트 후 지지율 상승)로 순조로운 첫발을 뗐지만,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양강 구도’를 형성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판단에서다. 당원과 보수 지지층을 겨냥한 ‘맞춤 행보’로 당심부터 최대한 끌어모으겠다는 게 최 전 원장의 초반 대선 전략이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19∼21일 전국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최 전 원장은 3% 지지율을 기록해 여야를 통틀어 5위에 이름을 올렸다. 보수진영 주자로 범위를 좁히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같은 6%였다. 반면 윤 전 총장 지지율은 각각 19%(전체), 22%(보수)로 이전 대비 하락했지만, 다른 야권 주자들과는 여전히 상당한 격차를 유지했다. 감사원장 사퇴 17일 만에 정당 정치에 입문하는 승부수를 던졌으나 최 전 원장의 갈 길은 아직 멀다는 의구심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이를 의식한 듯, 최 전 원장은 당심 공략에 열중하고 있다. 22일에도 국회 의원회관을 순회하며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입당 인사를 건넸고, 만남에서 자연스레 정책 구상도 풀어놨다. 탈북 외교관 출신 태영호 의원과 면담 중 “북한과의 관계엔 통일도 있고 핵 문제도 있지만, 정말 중요한 건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인 북한의 고통받는 주민들의 인권 문제”라며 “이를 도외시하면서 아주 짧은 각도에서만 통일을 논의하는 건 순서가 바뀐 것”이라고 강조한 발언이 대표적이다. 대북정책은 평화와 인권 ‘투 트랙’으로 가야 한다는 뜻이다.
각종 현안을 묻는 취재진 질문엔 보수 색채가 선명한 답변을 내놨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 유죄 판결에 대해 최 전 원장은 “여론 조작의 최종적 수혜자라 할 수 있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금까지 아무 말도 안 하는 건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전직 대통령 사면과 관련해선 “헌정사의 굉장히 비극적인 일”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여론을 수용해 이에 따라 결정하리라 생각한다”고 에둘러 찬성 입장을 밝혔다.
이달 출마 선언을 앞둔 그는 고향인 PK(부산ㆍ경남) 지역 지지세 확산에도 시동을 걸고 있다. 최 전 원장은 이날 오후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비공개로 만나 정치적 조언을 구했다. 정 전 의장은 부산에서만 5선을 한 PK 중진이다. 최 전 원장의 당내 지원 그룹에도 PK 지역 전ㆍ현직 의원들이 다수 포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전국지표조사(NBS)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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