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1위 주자 이재명 경기지사와 2위 주자 이낙연 전 대표 간 네거티브 공방이 한계 수위로 치닫고 있다. 이 전 대표의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책임론과 이 지사의 '형수 욕설' 파일까지 들춰내면서다. 상대를 겨냥한 불법 선거운동 의혹과 박정희 전 대통령 찬양 의혹을 주고받으며 이미 감정의 골이 패인 양측이 '사생결단식 전면전'에 돌입한 모습이다.
양측은 22일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책임론'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이 지사는 기자들과 만나 "(이 전 대표가) 표결을 강행하려고 물리적 행사까지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반대표를 던졌다고 하니 납득이 잘 안 된다"고 지적했다. 2004년 3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표결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표결에 불참하며 탄핵 저지에 나섰다. 국회 본회의 무기명 표결에 참여한 야당의원 195명 중 반대표를 던진 의원은 단 2명이었는데, 이 전 대표는 탄핵에 찬성한 새천년민주당 소속이었다.
이 전 대표는 전날 KBS에 출연해 "반대했다"고 밝혔지만, 이 지사 측은 이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캠프 수행실장인 김남국 의원은 페이스북에 당시 사진을 공개하며 "열린우리당 송영길 의원이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항의하는 모습을 이낙연 의원이 무심히 바라보는 사진은 거짓이냐"며 반격했다.
이 전 대표 측은 발끈했다. 이낙연 캠프 수석대변인인 오영훈 의원은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 문재인 대통령이 초대 총리로 이낙연을 선택했다. 이 이상의 설명이 필요한가"라며 "이재명 후보는 문 대통령까지 모욕한 것"이라고 맞받았다. 캠프 상황본부장인 최인호 의원도 YTN 라디오에서 "노 전 대통령까지 거론하면서 네거티브로 돌변한 것은 정치적 금도를 넘어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인 설훈 의원은 이 지사의 '형수 폭언' 논란을 언급하고 "도를 한참 넘은 욕설을 듣고도 지도자의 품격과 자질을 갖췄다고 믿는 겁니까"라며 역공에 나섰다. 이 전 대표 지지자 A씨가 최근 유튜브 채널에 공개한 '이재명 욕설 파일'을 거론한 것이다. 56초 분량의 파일에는 이 지사가 2012년 7월 성남시장 재직 당시 형수에게 폭언을 퍼붓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지사의 선거 때마다 등장한 2012년 6월 통화 녹음과는 다른 것이다.
양측이 네거티브에 총력을 다하는 배경은 현재 정치적 지형과 무관치 않다. 통상 대선후보 경선에서 각 후보들은 임기 말 지지율이 하락한 현직 대통령의 국정을 평가하고, 이와 차별화한 정책 구상을 통해 정책 대결을 벌인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임기 말에도 40%대를 유지하고 있어 이 지사와 이 전 대표가 선뜻 차별화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양측이 상대의 실수와 약점을 부각하는 데 치중하는 것도 그래서다.
당내에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한 중진 의원은 "당초 경선이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 구도로 흐를까 봐 걱정했는데, 두 후보가 치열한 상호 검증에 나서면서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1, 2위 주자 간 비방전 양상으로 흐르면서 민주당이 대선에서 내세우고자 하는 정책은 물론, 다른 군소주자들의 존재감까지 소멸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른 주자들까지 존재감 과시를 위해 무리한 난타전 양상으로 흐를 경우 본선에서 화학적 결합을 통한 '원팀 기조'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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