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 내사 거쳐 장하성 전 실장 동생 겨냥
특경가법상 사기·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펀드 판매사 하나은행도 전격 압수수색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의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를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이 회사 장하원 대표를 출국금지하고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장 대표는 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역임한 장하성 주중대사의 동생이다. 경찰은 디스커버리 펀드 판매사 중 한 곳인 하나은행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이번 수사를 앞두고 석 달 가까이 내사를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져 향후 수사가 빠른 속도로 진행될 거란 관측이 나온다.
22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장 대표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수사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장 대표는 2016년 자본금 25억 원으로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을 설립해 운영해왔다.
경찰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도 단행했다. 하나은행은 디스커버리 펀드 중 대규모 환매 중단을 맞은 글로벌채권펀드를 판매한 곳이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이번 압수수색은 펀드 운용사인 디스커버리자산운용에 대한 수사 차원이지 하나은행에 대한 수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펀드 판매를 맡은 금융기관의 부실 판매 의혹이 수사 대상은 아니라는 얘기다.
디스커버리 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불거진 시점이 2019~2020년이고 이후 금융당국 개입으로 불완전판매에 대한 징계와 투자 피해 구제 절차가 진행되고 있었던 점을 감안할 때, 이번 강제수사는 예상치 못한 전격적 조치로 평가된다. 경찰이 범죄 혐의를 입증할 단서를 충분히 확보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경찰이 수사 초점을 장 대표와 디스커버리자산운용에 두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밝힌 만큼 향후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특히 장 대표가 현 정부 실세였던 장하성 대사의 동생이고, 디스커버리 펀드 판매 과정에서 장 대사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줄곧 제기됐던 만큼 수사 방향에 따라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도 있다. 실제 회사 설립 이듬해인 2017년 상반기만 해도 수탁액이 500억 원 수준이던 디스커버리 펀드는 장 대사의 청와대 근무 시기(2017년 5월~2018년 11월)를 거치며 펀드 판매 규모가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국내 투자자 2,500억원대 피해
디스커버리 펀드의 부실 의혹이 처음 불거진 건 2019년이었다.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이 기획해 미국 자산운용사 다이렉트랜딩인베스트먼트(DLI)에 운용을 맡긴 미국 핀테크대출채권 펀드가 환매 중단된 것이다. 그해 4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DLI가 펀드 운용 과정에서 수익률 등을 허위 보고한 사실을 적발하고 자산을 동결하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이듬해엔 미국 부동산대출채권에 투자하던 펀드에서 900억 원 안팎의 환매 중단 사태가 빚어졌다.
디스커버리 펀드 부실화로 국내 투자자가 입은 피해는 2,562억 원(올해 4월 기준 미상환액)에 달한다. 가장 큰 피해를 초래한 판매사는 IBK기업은행으로, 핀테크대출채권 펀드에서 695억 원, 부동산대출채권 펀드에서 220억 원가량이 환매 중단됐다. 하나은행에서 판매한 핀테크대출채권 펀드 240억 원어치와 신한은행이 판매한 부동산대출채권 펀드 650억 원어치도 환매가 중단됐다.
IBK기업은행의 경우 해당 펀드를 불완전 판매한 사실이 드러나 올해 2월 김도진 전 행장과 은행이 금융감독원 징계를 받았고, 5월에는 투자원금의 40~80%를 배상하라는 처분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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