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2021년에 열리는 '2020 도쿄올림픽' 현장에 파견되는 취재기자가 재난 상황에서 겪는 생생한 취재기를 전달합니다.
2020 도쿄올림픽 개막일인 23일 오전 9시, 도쿄국제전시장(빅사이트)에 마련된 메인프레스센터(MPC)로 향하는 차창 밖 도쿄 도심에선 활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거리는 한산했고, 사무실도 대부분 문을 닫은 모습이었다. 출근 시간대지만 차들도 많지 않다. 거리엔 이따금씩 산보하는 노인들, 자전거 타는 청년들이 눈에 띌 뿐이다.
이날은 일본 정부가 올림픽 개막일을 맞아 ‘스포츠의 날’로 지정한 공휴일이었다. 일본 정부는 매년 7월 셋째 주 월요일(올해는 19일)인 ‘바다의 날’을 22일로 미뤄 일요일인 25일까지 총 4일간의 휴일을 부여했다. 많은 시민들이 올림픽을 즐기라고 만든 연휴지만, 도쿄 시민 다수가 더위와 감염을 피해 떠나면서 도시의 활기는 더 떨어진 모습이다.
이날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많은 도쿄 시민들이 4일 연휴를 즐기기 위해 도쿄에서 탈출했다. 코로나19 이후 한산했던 도쿄 하네다 공항의 국내선 터미널은 연휴 행락객으로 오랜만에 붐볐고, 공항 예약률은 일본항공(JAL) 80%, 전일본공수(ANA)가 95%에 달했다. 고향에 돌아간다는 한 대학생 남성(19)은 "감염자가 늘어나는 데다 (올림픽으로) 해외 사람도 많이 들어온다. 가능하면 도쿄를 피하고 싶다"고 신문에 밝혔다. 홋카이도에 귀성하는 회사원 남성(38)도 "어차피 무관중이니 여행지에서 봐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고속도로 역시 교외로 향하는 차량으로 곳곳에서 정체가 벌어졌다. 도쿄도와 사이타마·지바·가나가와현 지사 등 수도권 지자체장들은 전날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도시 경계를 넘는 이동을 최대한 자제하라고 촉구하는 공동 메시지를 발표했지만, “올림픽도 개최하는데 우리만 자숙하라는 거냐”는 시민들의 반발만 불렀다.
이날 도시에서 가장 북적거린 곳은 취재진이 모인 MPC다. 전 세계 취재진들의 업무 공간인 이곳은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 코엑스나, 부산 벡스코 같은 대형 전시장의 두 개 층을 통째로 사용한다. 이곳에서도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크다. 조직위원회가 ‘나름대로’ 방역에 신경을 쓴 흔적들이 보이지만, 국내 실정과 비교했을 땐 허술하다. 취재진들 이동용 버스 안엔 거리 두기는커녕 지정된 좌석 외에 서서 가는 취재진들까지 가득 찼다. 쉴 틈 없이 웃고 떠드는 해외 취재진들이 많다. 모두 마스크는 착용했다지만, 버스나 지하철에서 휴대전화 통화도 조심스러웠던 국내 취재진들은 내내 신경이 곤두서있다.
MPC에 들어설 때까진 검역과 신원 확인, 소지품 검사를 거친다. 소지품 검사대에는 군인은 아니지만 군복과 비슷한 옷을 입은 자위대원들이 배치돼 있는데, 이곳에서도 거리 두기가 철저히 이뤄지진 않는다. MPC 내 흡연구역의 경우 입장 인원이 6명으로 제한돼 있어 점심식사 후엔 이곳에 긴 줄이 늘어선다. 식당과 매점 등에선 올림픽 파트너사인 비자(VISA) 카드만 사용해야 하는데, 미리 준비하지 못해 발길을 돌리는 이들도 눈에 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