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1위 주자 이재명 경기지사와 2위 주자 이낙연 전 대표가 치고받는 싸움에 다른 주자들까지 가세하며 확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과거에 함몰된 네거티브 공방을 우려한 당 지도부가 경고장을 던지며 수습에 나섰다.
이 지사와 이 전 대표 측은 23일 사흘째 탄핵을 둘러싼 난타전을 이어갔다. 이 지사의 측근인 정성호 의원은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반성하고 용서와 이해를 구하면 누가 계속 비난하겠는가. 그러나 끝까지 거짓과 위선으로 나간다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를 지목하지 않았지만, 그가 2004년 국회 탄핵 표결에 참여한 사실을 염두에 둔 것이다. "반대표를 던졌다"는 이 전 대표의 해명이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이재명 캠프 수행실장인 김남국 의원도 탄핵안 표결 당일 2004년 3월 12일자 동아일보 기사를 소개하고 "기사 말미에 '이낙연 의원 등은 노 대통령 기자회견 후 탄핵 찬성 쪽으로 돌아섰다'라고 보도했다"고 했다. 기사 작성자가 현재 이낙연 캠프 정무실장인 윤영찬 의원인 점에서 "취재된 내용이 더욱 더 진실에 가깝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낙연 캠프 상황본부장인 최인호 의원은 "이 지사는 정동영 지지모임의 공동대표로 활동하며 오히려 노 전 대통령을 여러 차례 저격했다"고 맞받았다. 이 지사가 지지한 정동영 전 의원이 노 전 대통령의 반대에도 열린우리당 창당을 주도한 과거사를 들어 맞불을 놓은 셈이다.
다른 주자들도 네거티브에 참전했다. 탄핵 표결에 나선 이 전 대표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친노무현계 정통성'에 흠집이 난 것을 틈타 '적통'임을 부각하겠다는 심산이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제가 마지막까지 노 전 대통령을 지키고 탄핵을 막기 위해 의장석을 지킨 사람"이라고 했고, 김두관 의원은 "이재명 후보는 그런 말을 할 위치에 있지 않고, 이낙연 후보는 노무현의 '서자'는커녕 '얼자'도 되기 어렵다"고 싸잡아 비판했다.
반면 추 전 장관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불가피하게 탄핵 대열에 동참한 것은 사죄한다"면서도 "(탄핵 찬성을) 회피하거나 부정한 바가 없다"고 했다. 공방에 따른 불씨가 번지는 것을 차단하는 동시에 "반대했다"고 해명한 이 전 대표를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 탄핵안 표결은 무기명투표인 만큼 진실을 가릴 방법은 없다. 그럼에도 대선주자들이 국가의 미래를 논하기보다 상대의 17년 전 행적을 두고 '정통성'만 따지는 태도는 볼썽사납다는 지적이 많다. 송영길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선은 과거에 대한 논쟁이 아니라 미래로 가기 위한 선택"이라며 "자신이 민주당 후보가 되면 나머지 5명 후보와 지지자들이 나의 본선 당선을 위해 도와줄 동지라는 생각을 염두에 두고 금도를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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