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최옥란 작사). ‘쨍쨍하다’는 살갗을 태울 듯이 강렬한 햇볕을 그린 말로, 한여름 날씨를 이보다 더 잘 표현할 말은 없을 것 같다. ‘쨍쨍’에서는 마치 팽팽한 햇살의 긴장과 위력마저 느껴진다. 이처럼 쨍쨍한 여름날에 우리는 무엇을 하며 지냈을까? 제목은 몰라도 노랫말은 다 안다는 동요를 들추며, 모래알로 떡 해 놓고 조약돌로 소반 짓던 기억 속의 ‘나’를 따라가 본다.
‘시냇물은 졸졸졸졸, 고기들은 왔다 갔다’(이태선 작사). 가사만 들어도 가락이 떠오르는 동요 ‘여름 냇가’다. 어느새 귓전에는 냇물소리가 ‘졸졸졸’ 난다. 어쩌면 나무 그늘에 깊이 잠긴 어느 계곡에 와 있는지도 모르겠다. 큰 아이들은 ‘첨벙첨벙’ 들어가 ‘어푸어푸’ 물놀이를 시작한다. 어린 아이들이 ‘퐁당퐁당’ 물을 튕기며 노는 얕은 물가에는 오늘 물웅덩이 하나가 생겼다. 동그랗게 둘러싼 돌덩이가 수박이며 자두가 떠내려가지 않게 지킨다. ‘커다란 수박 하나 잘 익었나 통통통’(김영광 작사). 칼끝에 ‘쫘악’ 하고 갈라진 여름 수박은 ‘아삭아삭’하는 소리가 훑고 지나간 후 껍질만 남는다.
햇살이 등에 따갑게 내려앉는 오후가 되면 하릴없이 나무 그늘에 눕는다. ‘산들산들’ 흔들리는 나뭇잎 사이로 ‘드문드문’ 드는 하늘을 보다가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에 ‘소르르’ 잠이 설핏 든다. 큰 나무에 사는 매미가 ‘매암매암’하면 냇가 버드나무에서는 쓰름매미가 ‘쓰름쓰름’ 답한다. ‘숲속의 매미가 노래를 하면 파란 저 하늘이 더 파래지고 과수밭 열매가 절로 익는다’(이태선 작사)는 진짜인가 보다.
‘툭, 툭, 후두둑...’. 쨍쨍하던 햇볕이 먹구름 사이에 가려지나 싶더니만 만화의 한 장면처럼 빗방울이 듣는다. 바람처럼 ‘쏴아’하며 밀려오는 빗줄기가 세상을 덮는다. 어른들이 소나기를 피해 지붕 아래 숨을 때 이 또한 놀이처럼 즐기는 아이의 웃음소리가 ‘까르륵’ 들린다. 구름이 제 무게를 덜고서 산머리를 사뿐히 밟고 지나갈 때, 비 온 뒤 더욱 싱그러운 풀잎들은 구슬들을 총총 안고 있다. ‘송알송알 싸리잎에 은구슬, 조롱조롱 거미줄에 옥구슬’(권오순 작사).
종일 이글거리던 해는 서쪽하늘을 벌겋게 익히고 산을 넘어 간다. 해가 지면 번지는 모깃불 연기 사이로 ‘쓰르르쓰르르 쓰륵쓰륵’, ‘찌르륵찌르륵’ 이름 모를 풀벌레가 적막을 깬다. 어느덧 풀벌레 소리가 제법 여물었다. 우리의 여름도 익어간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