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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립선암은 유독 한국인에게 독하다

입력
2021.07.24 11:03
수정
2021.07.24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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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박성열 한양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한국인이 미국인보다 전립선암이 덜 발생하지만 더 독한 전립선암이 생긴다.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인이 미국인보다 전립선암이 덜 발생하지만 더 독한 전립선암이 생긴다. 게티이미지뱅크

전립선암이 식습관의 급속한 서구화ㆍ고령화 탓으로 벌써 국내 남성암 5위에 올랐다. 위암ㆍ폐암ㆍ대장암ㆍ간암 다음 순이다. 전립선암의 발생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고령화, 가족력, 인종, 식생활 등이 위험 인자로 알려져 있다.

전립선암은 대개 60세가 넘어야 많이 발생하므로 대표적인 ‘노인암’으로도 알려져 있다. 노인 환자의 암이 순하다는 말을 많이 하지만 사실과 전혀 다르다.

노령에 우연히 초기에 암이 진단되더라도 다른 병, 예컨대 심장병이나 뇌혈관 질환 등으로 별세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암으로 돌아가시지는 않는다는 말이 잘못 알려진 것으로 생각한다.

여러 종양 가운데 전립선암은 특히 순한 암으로 알려져 있다. ‘전립선암은 죽지 않는 암이다’ ‘약만 먹으면 치료 된다’는 등 잘못 알려진 내용이 적지 않다.

하지만 전립선암이 모두 순한 것은 아니다. 사실 전립선암 중에는 적극적인 치료를 하지 않고 주기적으로 관찰만 해도 될 정도의 암도 있다 하지만 때로는 진단되고 1년도 되지 않아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아주 고약한 전립선암도 있다.

전립선암은 암세포의 악성도에 따라 ‘글리슨 점수’로 등급을 매긴다. 보통 6~10점으로 구분한다. 10점인 전립선암의 경우 악성도는 췌장암과 거의 비슷한 정도로 치명적이다. 등급이 높을수록 병이 빨리 진행하고 전이도 잘 발생한다. 8점 이상의 전립선암은 진단 당시 이미 많이 진행됐거나 다른 장기로 전이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아시아인의 전립선암은 서양인보다 악성도가 높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인종적인 부분과 식생활 부분이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인의 전립선암은 외국에 비해 임상적으로 진행된 병기(病期)의 환자 및 고위험 군의 전립선암 비율이 높다. 한국이 서구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등급암이 많아 서구 국가에 비해 전립선암 생존율도 다소 낮았다.

아시아 태평양 암예방 저널(Asian Pacific Journal of Cancer Preventionㆍ2013)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에서 전립선암으로 전립선적출술을 받은 한국인과 미국인의 특성을 비교했을 때 50~60세 환자에서 한국인이 미국인보다 유의미하게 병기가 높았고, 모든 연령대에서 미국인보다 글리슨 점수가 높았다.

한국인이 미국인보다 전립선암이 덜 발생하지만 더 독한 전립선암이 생긴다는 뜻이다. 한국인은 악성 전립선암에 노출될 위험이 더 높기 때문에 외국과 달리 더 적극적인 전립선암 치료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전립선암은 악성도에 따라 매우 다양한 특징을 갖기 때문에 무엇보다 전이가 일어나기 전에 빨리 진단하고 치료는 환자 개개인 상황에 맞춰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립선암은 초기에는 자각 증상이 전혀 없고 일반적인 검사에서도 정상이기 때문에 조기 진단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전립선암이 증상이 생길 때는 이미 전립선암이 많이 진행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립선암은 조기에 진단하면 비교적 간단한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로 완치가 가능하다.

하지만 병이 많이 진행된 후에는 바로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를 할 수 없어 ‘남성호르몬 박탈 요법’ 같은 약물 치료를 받아야 하고 병이 계속 진행하면 사망에도 이를 수 있다.

남성호르몬 박탈 요법은 진행된 전립선암 치료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치료다. 남성호르몬을 약물이나 수술로 거세 수준까지 낮춰 남성호르몬을 먹고 자라는 전립선암을 억제하는 치료다.

일반적으로 환자들이 남성호르몬 박탈 요법으로 전립선암이 완전히 치료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전이성 전립선암 환자에서 남성호르몬 박탈 요법이 효과를 보이는 기간이 평균 18~24개월로 거의 대부분 재발하게 된다.

이렇게 남성호르몬을 거세 수준까지 낮췄음에도 불구하고 재발한 전립선암을 ‘거세 저항 전립선암(castration resistant prostate cancer)’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진행된 경우에는 2차 호르몬 치료나 다른 암들처럼 항암 치료를 받아야 한다.

전립선암의 대표적인 검사인 ‘혈청 전립선 특이 항원(prostate specific antigenㆍPSA) 검사’는 저렴한 비용에다 간단한 혈액 채취만으로 전립선암의 위험 여부를 판단해 전립선암의 조기 진단이 가능하게 하는 유용한 종양 표지자 검사다.

PSA가 증가했다면 반드시 전립선암에 걸린 것이 아니고 전립선암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기에 전립선 조직 검사로 전립선암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40대 이상부터 전립선암 검사를 권하고 있고 전립선비대증이 자주 생기는 60대 이상에서는 전립선암도 동반돼 많이 발생하므로 전립선비대증이 의심되는 환자는 검사하지 않고 약물 치료만 하는 것보다 치료 시작 전에 전립선암이 동반돼 있는지 한 번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박성열 한양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박성열 한양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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