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캐나다 기록적 폭염에 작황피해 심각
추수 시작…단위면적 생산량 크게 낮아져
미국·캐나다산 밀 의존도 높은 국내 영향 불가피
연일 이어지는 기록적 폭염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과 캐나다도 이례적인 고온과 건조한 날씨로 심각한 작황피해를 겪고 있다. 그 여파로 밀을 비롯한 주요 곡물 가격이 상승할 조짐이라 우리 식탁도 후폭풍을 피해가기 힘든 상황이 됐다.
26일 국내 제분업계에 밀을 공급하는 미국 농민단체연합인 미국소맥협회에 따르면, 미국산 백맥(제과용) 현물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62% 올랐고 강맥(제빵용) 가격도 40% 가까이 상승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와 캔자스상품거래소(KBOT) 기준 백맥과 강맥 선물가격(다음 달 인도분)은 전년 대비 34% 이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밀 선물가격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농무부가 올해 밀 수확량을 지난해보다 41% 하락한 3억4,500만 부셀(1부셀은 27.216㎏)로 예측한 직후 미네아폴리스곡물거래소(MGE)에서 5% 이상 급등했다. 미 농무부는 북부 평원의 극심한 가뭄으로 봄밀 수확량이 3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해 밀 공급량이 8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재고도 부족한 실정이다. 지난달 30일 기준 미국의 대두 재고량은 전년 대비 44% 줄었고 옥수수와 밀은 각각 18% 감소했다.
국내 유통업계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우리는 미국과 캐나다산 밀 의존도가 높아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국제분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원산지별 밀 도입량은 미국산이 111만5,000톤으로 가장 많았고, 호주산이 94만9,000톤, 캐나다산 11만7,000톤, 기타 1,000톤 순이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수입하는 밀이 전체 밀 수입량(218만2,000톤)의 56.5%를 차지한다. 미국소맥협회 관계자는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빵을 만드는 강력계열 밀은 한국에서 다른 선택지가 없어 북미 지역 생산에 의존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밀이 주원료인 국내 식품가격 인상은 이미 시작됐다. 오뚜기는 13년간 유지해온 라면 가격을 내달 1일부터 평균 11.9% 올린다고 발표했다. 국내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1위 SPC그룹 파리바게뜨는 지난 2월 총 660개 품목 중 95개 품목의 가격을 평균 5.6% 인상했다.
더욱 문제는 앞으로다. 국내 제분업계와 제과·제빵 업계에 시차를 두고 '도미노 인상'이 몰아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밀 가격은 지난해보다 50% 이상 상승했지만 아직까지 밀가루 가격에는 인상분이 반영되지 않은 점도 우려 요인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빵이나 과자는 설탕과 버터, 유지 등 밀가루보다 단가가 높은 재료가 많이 들어가 밀가루 비중은 10~20% 정도"라면서도 “밀을 비롯한 원재료 가격이 줄줄이 오르고 있어 하반기 이후 도미노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국내에는 곰표 밀가루를 생산하는 대한제분과 CJ제일제당, 사조동아원, 삼양사, 대선제분, 삼화제분, 한탑 등 한국제분협회 7개 회원사와 밀다원, 삼양라면 계열사인 삼양제분 등의 제분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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