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도 대선 경선 앞두고 내부 경쟁 본격화
'첫 대선 도전' 원희룡, 윤희숙, '洪-劉' 때리기 시동
"구태정치" "대선 실패한 사람은 안 된다" 등 비판
"지난 대선에서 실패한 사람은 안 된다."(원희룡 제주지사)
"구시대 망령을 소환하는 구태정치를 보는 것 같다."(윤희숙 국민의힘 의원)
첫 대선 도전에 나선 원희룡 제주지사,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 두 사람이 최근 '공공의 적'을 찾았다.
정권교체를 저지하려는 민주당 대선주자들이 먼저 떠오르지만 아니다. 같은 당 대선주자인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이 타깃이다. 후발주자인 두 사람 입장에선 일단 당내 선두 그룹 경쟁자들부터 잡는 게 우선이기 때문. 두 사람은 26일 약속이나 한 듯 '홍준표-유승민'을 한데 묶어 공략했다.
반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선 정도 차이는 있지만 아직은 호의적이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은 만큼 거리두기를 유지하는 셈이다.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이 '윤석열 때리기'에 나선 것과 대조적이다.
서로 물고 물리는 꼬리 잡기 경쟁에, 윤석열 전 총장에 밀려났던 국민의힘 대선 레이스도 슬슬 달아오르는 분위기다.
원희룡 "실패한 '최저임금 1만 원' 홍준표 유승민도 공약"
원 지사는 25일 대선 출정식에서부터 홍준표-유승민을 직격했다. "지난 대선에서 실패한 사람은 안 된다"며 '대선 재수 불가론'을 주장하면서다.
대한민국 정치 역사에서 대선에 여러 번 도전했다 결국 꿈을 이룬 '장수생' 대통령들은 많다. 원 지사는 대선 도전 횟수가 문제가 아니라, "문재인 정부에서 야권 분열을 야기한 점, 그리고 정책들이 문제"라고 짚었다.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서다.
원 지사는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이 지난 대선에서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을 내걸었다는 점을 상기하며 "문재인 정부에서 실패했던 공약들 아니냐. 이걸 어떻게 방어하겠느냐"라고 날을 세웠다. "지난 대선에서 했던 모든 발언과 정책들이 다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데 그런 부담을 지고 선거를 치러야 하냐"는 문제 제기다.
당내 경선에서 이 부분을 공격 포인트로 삼을 것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원 지사는 "당연히 정책과 국가 비전, 지나온 정치 경험이 모두 검증되고 토론되지 않겠느냐"라며 "어차피 짚고 가야 되는 내용들"이라고 정책 검증 의지를 다졌다.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갈라진 야권 분열에 대해서도 책임론을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 지사는 "그런 점들이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키고 문재인 정부의 국정 실패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는 점을 당연히 짚어야 깨끗이 정리하고 새 출발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자기 부정" "탄핵 주체" 홍준표, 유승민은 윤석열 때리기 본격화
반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선 아직은 발톱을 드러내지 않았다.
원 지사는 "문재인 정부의 탄압에 맞서서 홀홀단신 싸워 정권교체 희망을 되살렸고 국민들 지지에 실체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출마 선언한 이후 미래 비전이나 구체적 정책 등에서 국민들 기대에 못 미치면서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지금 다시 정비하는 과정이니 지켜보겠다"고 했다.
원 지사가 유보적 입장을 취한 데 비해,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은 윤석열 때리기를 본격화하고 있다.
홍 의원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당시 적폐 수사로 승승장구 하시던 분이 지금 와서 그 사건 판결(김경수 경남지사 드루킹 관련 사건)을 두고 정통성 없는 정부라고 문재인 정권을 비난하는 것은 참 어이없는 일"이라며 "그건 최소한 자기가 몸담았던 정권에 대해 가하는 공격으로, 정치 도의에도 맞지 않고 오히려 자기 부정이 아니냐"라고 따졌다.
유승민 전 의원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회에서 탄핵한 것은 내 역할이 맞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기소·구형까지의 주체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었다"며 탄핵 정국에서 윤 전 총장의 역할을 부각했다.
윤석열 '과외선생' 윤희숙 "尹 정권교체 위해 싸울 동지, 전우"
이에 대해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홍준표·유승민 두 사람을 향해 "윤석열 후보에 대한 비난은 구시대 망령을 소환하는 구태 정치를 보는 것 같아 심히 우려스럽다"고 싸잡아 비판했다.
윤 의원은 "경쟁자를 끌어내리기 위해, 해묵은 상처를 다시 헤집는다"며 "우리는 구태 정치에 찌든 더불어민주당과 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책과 비전의 대선 경쟁을 촉구한 것이지만, 윤석열 전 총장을 "전우", "동지" 등으로 칭하며 '윤석열 바람막이'로 나선 모습이다.
윤 전 총장을 향한 국민의힘 인사들의 입당 압박에 대해서도 윤 의원은 "최종 후보는 단 한 사람이지만, 경선 참여자는 모두 정권 교체를 위해 싸울 전우이자, 이미 동지"라며 "윤 후보를 견제하거나, 입당을 압박하거나, 이에 반발해 분열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자제를 촉구했다.
당내 주자들을 물리치고 윤 전 총장을 챙긴 윤 의원. 두 사람은 인연이 있다. 윤 전 총장이 검찰총장을 그만두고 3개월간 '대권 공부'를 하며 잠행을 하던 시기, 윤 의원을 만나 '국정 현안 과외'를 받기도 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