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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탐냈던 안창림, 귀화 거부하고 일본 유도의 심장에서 메달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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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탐냈던 안창림, 귀화 거부하고 일본 유도의 심장에서 메달 걸었다

입력
2021.07.26 19:55
수정
2021.07.26 21:19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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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림이 26일 일본 도쿄 무도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유도 남자 73㎏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루스탐 오루조프(아제르바이잔)를 꺾고 동메달을 획득한 뒤 기뻐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안창림이 26일 일본 도쿄 무도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유도 남자 73㎏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루스탐 오루조프(아제르바이잔)를 꺾고 동메달을 획득한 뒤 기뻐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재일동포 3세 안창림(27·KH그룹 필룩스)이 일본 유도의 심장인 무도관에서 투혼의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안창림은 26일 도쿄 일본무도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유도 남자 73㎏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루스탐 오루조프(아제르바이잔)를 상대로 절반승을 거뒀다. 그는 경기 종료 7초를 남기고 특기인 업어치기에 성공했다.

체력이 바닥난 상태에서 건진 뜻깊은 동메달이다. 이날 안창림은 매 경기 정규시간 4분 안에 승부를 내지 못하고 연장전을 펼치느라 진을 다 뺐다. 32강전부터 16강전, 8강전까지 치른 경기 시간은 23분12초에 달했다. 금메달을 딴 숙적 오노 쇼헤이(일본·7분42초)가 뛴 시간보다 3배를 더 뛰었다.

라샤 샤브다투시빌리(조지아)와의 준결승에서도 8분37초 동안 힘을 겨루느라 몸이 휘청거릴 정도로 흔들렸다. 결국 체력적인 한계 탓에 소극적인 경기 운영을 펼치다가 반칙패를 당했다.

비록 금메달 꿈은 무산됐지만 안창림은 동메달 결정전에서 없던 힘도 짜냈다. 그리고 경기 막판 전광석화같은 업어치기로 상대를 눕히고 눈물의 메달을 따냈다.

안창림은 일본이 탐낸 재목이었다.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는 8년 전인 2013년 쓰쿠바대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일 때 일본 유도의 성지라고 할 수 있는 이 곳에서 전일본학생선수권대회 정상에 올랐다.

안창림이 유도 종주국에 흠집을 내자 일본 유도계는 귀화 요청을 했다. 하지만 안창림은 단호하게 거부했다. 한국인의 정체성을 지키고 싶어서다. 이듬해 한국으로 건너가 용인대 도복을 입고 국가대표 선발전을 거쳐 태극마크를 달았다.

안창림은 일본이 탐낼만한 실력을 마음껏 발휘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앞두고 당당히 세계랭킹 1위로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도 꼽혔다. 하지만 경험 부족 탓에 16강에서 탈락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숙적 오노 쇼헤이와의 결승전에서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분패하고 눈물을 쏟았다.

하지만 안창림은 그대로 주저앉지 않았다. 자신에게 특별한 무대 2020 도쿄올림픽을 바라봤기 때문이다.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무도관은 안창림이 처음으로 전국대회 우승을 차지했던 장소다. 이곳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애국가를 울려 퍼지게 하고, 태극기를 휘날릴 날을 꿈꿨다.

그토록 기다렸던 도쿄올림픽 무대에 선 안창림은 이를 악물었다. 32강전부터 8강전까지 매 경기 연장 접전을 펼치면서도 끝내 상대를 제압했다. 준결승에서 뼈아픈 패배를 당했지만 안창림은 동메달 결정전에서 사력을 다해 도쿄 시상대에 태극기를 띄웠다.

안창림은 경기 후 "리우 올림픽이 끝나고 정말 최선을 다했고, 후회는 없다"며 "동메달이지만 내게 맞는 결과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경기를 치른 무도관에 대해서는 "일본에서 유도를 배워 영광스러운 장소지만 경기에서는 그런 감정을 싹 버렸다"면서 "(일본 귀화 거절을) 후회는 안 한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생명을 걸고 국적을 지켰다. 그것을 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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