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했다는 것 스스로도 인정"
"은퇴라는 단어, 떠올리고 싶지 않다"
'사격황제' 진종오(42·서울시청)가 결선에도 오르지 못한 채 올림픽을 마쳤다. 이번이 5번째 올림픽이지만 메달 없이 돌아오는 올림픽은 이번이 처음이다. 진종오는 "세월에는 장사가 없는 것 같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진종오는 27일 일본 도쿄 아사카 사격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10m 공기권총 혼성 단체전에서 추가은(20·IBK기업은행)과 함께 출전, 합계 575점(추가은 286점, 진종오 289점)을 기록하며 9위로 본선 1차전 통과에 실패했다.
본선 1차전은 30분 동안 남성 30발, 여성 30발을 각각 쏴서 합산 점수가 높은 순서로 8개 팀을 가렸다. 진종오-추가은은 8위와 동점을 이뤘지만, 10점 획득 수에서 밀려 아쉽게 9위로 내려갔다. 이란의 하니예흐 로스타미얀-자바드 포루기보다 10점이 5개 부족했다.
진종오는 한국에서 올림픽 메달이 가장 많다. 금메달 4개, 은메달 2개다. 첫 올림픽인 아테네 대회 50m 권총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후 2008 베이징올림픽부터 2016 리우올림픽까지 50m 권총에서 3연패를 달성했고, 베이징과 2012 런던에선 10m 공기권총으로도 은메달, 금메달을 각각 목에 걸었다.
이번 올림픽에선 주종목이던 50m 권총이 사라지면서 10m 권총으로 올림픽에 나섰다. 개인전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늘 뒷심을 발휘하던 진종오였기에 주변의 기대가 컸다. 경기를 마친 뒤 진종오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하, 이게 진짜로 그런 것 같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만감이 교차한다. 그걸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며 "부족했다는 것을 스스로도 인정한다"고 했다.
나이 탓도 있었다. 그는 "부족함을 채우려고 정말로 야간 훈련까지 하며 준비했는데, 세월에 장사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며 "나이는 못 속인다. 못 속이는 것 같다. 확실히 예전에 비해 집중력이 저하된 것도 느껴진다. 몸에 변화도 느낀다"고 했다.
하지만 은퇴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진종오는 1979년생으로 우리 나이로 마흔셋이다. 그는 "은퇴를 자꾸 물어보시는데, 그건 회사를 그만두라는 것과 똑같다. 솔직히 아직까지 은퇴라는 단어를 떠올리고 싶지 않다"며 "정정당당히 선발전에서 올라왔다. 예쁘게 봐 달라"고 했다. 그는 올림픽 개막을 25일 앞둔 진천선수촌 미디어데이에서도 "다음 올림픽 선발전까지 뛰고 싶다"고 강조했다. 실력이 될 때까지 계속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싶다는 게 진종오의 의지다.
함께 경기한 후배들에 대한 격려도 빼먹지 않았다. 경기를 마친 뒤 추가은의 번호판에 "가은아, 이제는 승리할 날들만 남았다"라고 응원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그는 "진종오란 이름 때문에, (추가은이) 포커스를 받았다. 다른 선수였다면 편하게 했을 것 같은데 너무 많은 관심이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저는 욕먹어도 상관 없지만, 가은이는 열심히 한 모습을 인정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가은이는 첫 올림픽, 이제 스타트 끊었다. 다음 올림픽에서는 세계 정상 선수들과 겨룰 것이다. 응원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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