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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제재·코로나 이중고에... 北, 북미대화 위한 '몸풀기'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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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제재·코로나 이중고에... 北, 북미대화 위한 '몸풀기' 나섰다

입력
2021.07.28 04:3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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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통신연락선이 복원된 27일 군 장병이 서해지구 군 통신선 시험통신을 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남북 통신연락선이 복원된 27일 군 장병이 서해지구 군 통신선 시험통신을 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제재와 식량난에 직면한 북한이 '남북 연락 채널 복원'을 선택했다. 북한은 27일 남북 간 통신연락선 복원 합의를 알리면서 "온 겨레는 좌절과 침체 상태에 있는 북남관계가 하루빨리 회복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조선중앙통신)며 의미를 부여했다.

북한은 2019년 6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이어 그해 8월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담화를 통해 "남측과 다시는 마주 앉지 않겠다"며 문재인 정권과의 절연을 선언한 바 있다. 그 사이 미국 행정부가 교체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식량난이 겹쳤다. 북한이 전격적으로 통신선 복원에 합의한 것은 대남전략을 선회할 정도로 대내외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①한국에 힘 실어 美 '압박'

지난 1월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메시지는 일관됐다. 북한과의 대화를 원한다면서도 제재는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북한은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난 이후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 폐기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걸고 있다.

북미 간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북한은 바이든 행정부의 태도 변화를 끌어낼 필요가 있었다. 남북 간 소통 재개는 남측을 끌여들여 남북미 소통에서 '오히려 미국이 소외될 수도 있다'는 경고를 통해 바이든 행정부를 압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통신선 복원을 발표한 타이밍도 절묘하다. 정전협정 체결 68주년에 맞춘 것은 문재인 정부도 기대하는 '종전선언' 추진을 위한 정치적 메시지로 해석된다. 다음 달엔 한미합동군사연습(한미훈련)을 앞두고 있다. 이번 달을 넘길 경우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감 상승으로 통신선 복원 시기를 놓칠 수 있다. 전직 고위 외교관은 "내년 2월 베이징올림픽 전후로 북미대화 재개를 노려볼 수 있다"며 "(통신선 복구 합의에 따른) 남북 긴장 완화는 사전 몸풀기에 해당하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②식량난 타개 최후의 보루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북한 내 변수가 많아진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감염병 유입을 막기 위해 국경을 봉쇄했고, 태풍 등 자연재해가 겹쳐 식량난에 직면한 상태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노동당 제8기 3차 전원회의에서 '식량 부족' 상황을 시인했다.

북한이 외부로부터 대규모 식량 지원을 받는다면, 중국이나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을 선호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남북 간 통신선 복구는 한국을 최후의 보루로 남겨둬야 할 만큼 내부 경제 사정이 좋지 않다는 방증이다. 정대진 아주대 통일연구소 소장은 북한의 결정을 "내부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몸부림"이라며 "하반기 대북 영양 지원이나 백신 공급에 대한 논의가 공론화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③대선 염두에 둔 정치적 의도?

남북이 통신선 복원엔 합의했지만 현 상황에서 다음 스텝은 불투명하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통신선 복원에 이은 남북 당국회담 가능성에 "당장 그럴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고 전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특사 파견이나 정상회담 논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아직은 최소한의 소통 채널을 열어둔 것이지, 가시적 성과를 가져올 사업이 마련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내년 한국의 대선 등을 염두에 둔 북한의 정치적 의도가 엿보인다는 분석도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북한의 대외선전매체가 야권 대선주자들을 맹비난하고 있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향후 북미협상을 감안할 때 대북 강경론이 우세한 야당보다는 대화 기조를 앞세우는 현 정부나 여당이 집권한 상황이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얘기다.

조영빈 기자
김민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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