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교돈(29·한국가스공사)은 태극기를 펼쳐 들고 마음껏 경기장을 돌았다. 남들은 은퇴를 고민할 나이에 밟은 생애 첫 올림픽 무대에서 값진 메달까지 획득했다. 암 투병을 이겨내고 올림픽 시상대까지 오르며 '인간 승리'의 드라마를 완성했다.
인교돈은 27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 A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태권도 남자 80㎏ 초과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이반 트라이코비치(슬로베니아)를 5-4로 꺾었다.
그는 한국 태권도 중량급 유망주였다. 하지만 큰 시련이 찾아왔다. 국제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던 2014년 8월 혈액암의 일종인 림프종 2기 진단을 받아 운동을 그만둘 위기에 처했다. 8차례 항암치료를 받았고, 검사 3년차에는 재수술까지 받았지만 그는 다시 일어섰다. 그리고 2015년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개인전 은메달과 단체전 금메달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는 힘겹게 다시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2018 영국, 2019 일본과 러시아 그랑프리 파이널 등에서 1위를 휩쓸며 세계 정상급 선수로 우뚝 섰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병마와 계속 싸워야 했다. 완치 판정을 받은 건 2019년 8월이다. 투병 중 헛구역질을 하면서도 훈련에 참가했고, 대회까지 나서는 등 불굴의 투혼을 보여줬다.
그리고 꿈에 그리던 올림픽 무대를 밟은 건 29세. 은퇴를 선언한 이대훈과 같은 나이다. 목표를 이룬 인교돈은 기량을 마음껏 펼쳤다. 경기장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집념으로 '3라운드의 승부사'라 불렸다.
인교돈은 동메달을 딴 뒤 "아무래도 인간 승리란 단어가 제일 맞는 것 같다. 다시 운동을 시작하면서 올림픽을 뛸 수 있을지 당시에는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간이 흘러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서 저도 자신한테 놀랐다. 투병하시는 분들이 저를 보며 힘을 내서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인교돈은 "완치 판정을 받고 진료실을 나왔을 때 간호사 선생님께서 축하드린다고 말해주셨는데, 주변에 있는 분들이 박수를 쳐주셨다. 중증 암환자라는 딱지를 벗어 완전히 일반 사람이 된다는 사실에 기분이 정말 좋았다"고 돌아봤다.
그는 다음 올림픽 도전 여부를 묻자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때 선수 생명의 기로에까지 섰지만 시련을 이겨내고 인간승리의 아이콘으로 우뚝 선 그의 도전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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