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28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공개 만남'을 전격 제안했다. 윤 전 총장은 일단 호응하지 않았다.
최 전 원장이 내건 회동 명분은 당내 계파 갈등 해소다. '친윤계'(친윤석열)와 '비윤계'(비윤석열)의 싸움이 달아오르니, 두 사람이 만나 통 크게 해결하자는 것이었다.
당내 화합이라는 당위성을 씌웠지만, '가시'가 돋친 제안이었다. 보수진영 계파 갈등의 원인으로 윤 전 총장을 지목하는 동시에 최 전 원장 본인을 '비윤계'의 대표 주자로 설정하는 노림수가 깔려 있었다.
셈이 복잡한 듯, 윤 전 총장은 즉답하지 않은 채 시간을 끌었다.
최재형 "윤석열, 빨리 만나자" 공격적 제안
최 전 원장은 "계파 갈등은 정권교체를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윤 전 총장과 만나 현재의 상황에 대해 대화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문을 공개적으로 발표했다. 윤 전 총장을 "정권교체의 도정에서 함께할 동지이자, 정치 파트너"라고 칭하면서도 "회동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압박했다.
최 전 원장은 공격적이었다. 대선주자들의 만남은 물밑 조율을 거쳐 당사자들이 동시에 발표하는 게 일반적인데, 사전 절차를 생략했다.
그러면서 최 전 원장은 윤 전 총장을 계파 갈등의 진원지라고 직격했다. 윤 전 총장 대선캠프에 국민의힘 인사들이 줄줄이 합류하고, 정진석·권성동·장제원 의원 등이 '윤석열 밀어주기'에 나선 것에 제동을 건 것이다.
'최재형 견제구' 일단 피한 윤석열
최 전 원장의 회동 제안은 다목적 카드다. 그는 대선후보 지지율 10%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윤 전 총장과의 격차는 여전히 크다. 최 전 원장은 윤 전 총장과 1대 1로 만나는 장면을 통해 단번에 '보수진영 대선 레이스 선두 그룹'에 진입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이 회동을 끝내 거절해도 잃을 게 별로 없다.
윤 전 총장은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았다. 윤 전 총장 대선캠프의 정무특보인 이학재 전 의원은 "따로 입장을 낼 게 뭐가 있겠느냐"고 했다. '윤석열 대 최재형'이라는 라이벌 구도를 만들어 줄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최 전 원장이 지지율 10%를 넘기고 상승세를 타면, 윤 전 총장의 대세론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친윤' 세 과시 계속… 고민 깊어진 尹
국민의힘의 '친윤 대 반윤' 갈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윤 전 총장을 지원하는 정진석 의원은 27일 당내 의원 단체 채팅방에서 윤 전 총장을 지원 사격하는 의미의 '드루킹 특검 재개 릴레인 1인 단식 시위'를 제안했다. 최 전 원장을 지지하는 김용판 의원이 '특정 후보 밀어주기에 공개 반대'를 표명해 싸늘해졌다. 정 의원과 유상범 의원 등은 29일부터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기로 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