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들은 대회를 준비하는 기간뿐만 아니라 경기를 치르는 순간까지도 ‘최고의 성적을 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린다. 이전에 뛰어난 기록을 세웠던 선수라면 더욱 그렇다.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경기를 포기하는 선수도 있다. 미국의 체조여왕으로 불리는 시몬 바일스(24)가 2020 도쿄올림픽 경기들에서 잇따라 기권한 것은 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역대 올림픽에서 금메달 23개나 목에 걸었던 수영선수 마이클 펠프스(36) 역시 정신적 어려움을 겪었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29일 AP통신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그는 2012년 런던 올림픽에 참가한 이후에 우울증에 시달렸고 극단적 선택을 떠올리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현재 NBC에서 해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펠프스는 “우리는 인간이고 누구도 완벽하지 않다”면서 “그렇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라고 밝혔다.
도쿄올림픽 개회식에서 성화를 점화했던 일본의 테니스 스타, 오사카 나오미(24) 역시 대회 이전부터 심리적 부담을 털어놨다. 5월에 있었던 프랑스 오픈에서는 도중에 기권했고 2018년 US오픈 이후 우울증에 시달렸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나오미는 프랑스 오픈에서 언론 인터뷰를 거부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는데 이것이 선수의 정신건강에 대한 논의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은 도쿄로 향하는 선수들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만들었다. 미국여자프로농구(WNBA)에서 뛰면서 호주 국가대표로 선발됐던 리즈 켐베이지(30)는 올림픽을 일주일 남기고 대표팀에서 떠나면서 ‘가족과 친구는 물론, 관중도 없는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이 두렵다고 트위터에 고백했다. 켐베이지는 “불안을 조절하려고 매일 약에 의존하는 것, 특히 세계에서 가장 큰 스포츠 무대에서 경쟁에 뛰어드는 것은 지금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사건들이 겹치면서 스포츠계에서는 선수의 정신건강 보호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선수들의 정신건강을 보살피는 체계를 가동하기도 했다. 심리학자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올림픽 선수촌에 상주하면서 대회 전부터 그 이후까지 3개월 동안 선수들을 지원한다. 특히 상담을 위한 24시간 ‘핫라인’은 70개 이상의 언어로 운영된다.
역경을 극복하고 영광을 쟁취하는 선수들의 모습은 감동적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불안과 초조가 숨어있다. 올림픽을 모두가 즐거운 축제로 만들려면 그러한 사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미국을 대표하는 여자 수영선수인 케이티 러데키(24)는 이번 대회 자유형 200m에서 입상하지 못했을 때 쏟아졌던 세상의 시선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누구도 저를 불쌍히 여기거나 은메달이나 금메달이 아닌 다른 메달이 실망스럽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저는 사람들이 정말로 인생에서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걱정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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